미국 감리교회 안에는 역사적 기독교, 정통주의 신학을 지향하는 신학자가 있다. 뉴저지 주에 있는 드류대학교에서 신학과 윤리를 가르친 토머스 오든 목사(Thomas Oden, 1931-2016)이다. 그는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신학자 가운데 한 명으로 간주된다. 자유주의 신학을 배웠지만 "해 아래 새 것은 없다"는 유명한 말을 반복하면서 복음주의를 받아들였다. 40년 동안의 신학 순례와 영적 방황을 마치고 탕자처럼 역사적 기독교, 정통주의 신앙으로 돌아왔다.
오든은 2015년 남침례교신학교 총장 앨 몰러와의 인터뷰에서 “내 삶의 첫 40년 동안 나는 멀리서 방황했고, 그런 다음에야 탕자처럼 돌아왔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40년을 보낸 뒤에 비로소 고전적 기독교에, 고대 기독교 작가들과 그들의 성서 해석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든은 2016년 12월 8일, 향년 8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미국판 <크리스차니티투데이>(Christianity Today)는 토마스 오든의 죽음을 알리는 기사의 제목을 "고전적 기독교를 발견한 신학자 오든 별세하다"(Died: Thomas Oden, Methodist Theologian Who Found Classical Christianity)라고 달았다.
미국 종교와 민주주의 연구소의 소장 마크 툴리는 오든을 “사랑하는 친구이자 상담가, 선한 뜻을 위해 싸우는 탁월하고 유쾌한 투사”라고 일컬는다. 그는 오든이 "이제 자신이 그토록 열심히 연구했던 초대 교회의 성도들과 함께 있다”고 했다. 윤리와 종교 자유 위원회의 회장 러슬 무어는 “오든의 죽음은 우리 모두에게 큰 손실이다. 그는 정통 신앙의 영웅이다”라고 말했다.
오든은 에큐메니칼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자유주의 신학 노선을 따르는 WCC 에큐메니즘이 아니다. 1970년에 에큐메니칼 정통주의(ecumenical orthodoxy)를 표방했다. 동방교회, 서방교회를 포함한 로마가톨릭, 프로테스탄티즘 그리고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기독교 신앙을 지닌 정통주의의 상호 수용을 강조했다. 오든은 '에큐메니칼 정통주의'라고 묘사되는 신약성경이 제시하는 신학과 초기 기독교 공동체를 연구한 결과를 <조직신학>(Systematic Theology)에 담아냈다. 그는 이 책과 더불어 자유주의 신학, 진보계 에큐메니칼 운동에 등을 돌렸다. 이 책 초판의 제목은 <고전적 기독교>(Classical Christianity)이다.
오든은 현대 기독교 학문성과 신학보다 초대교회 교부들의 신학을 소중히 여겼다. 고전적 기독교, 역사적 기독교로 회귀(回歸)를 강조했다. 자신의 사명을 포스트모던 시대의 기독교를 초기 기독교 전통으로 복귀시키는 것으로 여겼다
오든은 진보계 에큐메니칼 운동 곧 세계교회협의회(WCC) 운동을 반대했다. <크리스차니티투데이> 편집이사이며, 감리교계 드류대학교 신학교수인 그는 WCC의 위원회와 총홰와 기타 행사에 들러리 서는 복음주의자들의 해악과 독성을 지적했다. 복음주의자들이 교회를 병들게 하는 잘못된 교회통합운동, 그릇된 종교통합운동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했다. WCC가 산하 위원회에 무사인일의 '전형적인 안전한 복음주의자들'(typically safe evangelicals)을 참가시키는 바 이는 그들이 제네바 정책을 비판하지 않으며, WCC의 신학을 변경시킬만한 대안을 제시할 능력을 가진 자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덴은 WCC가 복음주의자들을 가담시켜 자신이 복음주의 신앙 노선과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할 목적으로 '조용한 복음주의자들'(silent evangelicals)을 이용한다고 했다. 오덴의 비판은 WCC에 가담하는 세계복음주의연맹(WEA) 관련자들을 염두에 둔 것으로, 교회를 괴멸시키는 적이 교회 밖에 있는게 아니라 안에 있다는 의미이다.
오든은 WCC가 배교자들만이 아니라 세상의 타종교인들과 함께 멍에를 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은 분리를 명한다"(God's Word commands separations!)고 말했다. 고린도후서 6장 14절을 근거로 기독인에게 WCC와 멍에를 함께 지지 말라고 권했다.
필자는 2013년 부산에 열린 WCC 총회를 앞두고 발간한 <신학충돌>(본문과현장사이, 2011, 466-467)에서 적의 장수보다 적에게 성문을 열어주는 아군의 졸개 병사가 더 위험하듯이 자유주의 신학에 포용주의, 신앙무차별주의, 다원주의 태도를 취하는 복음주의자들이 이단보다 더 해로움을 강조해 왔다. 이 맥락에서 아래와 같이 오든을 언급한 적이 있다.
"입으로는 복음적인 설교를 하면서 행동으로는 적그리스도의 영을 환영하는 집단을 지지하는 신학자들과 교회 지도자들 곧 WCC에 우호적인 복음주의자들은 이단보다 더 위해하다. WCC에 들러리 서는 복음주의자들, 기독교연합단체들, 대형교회 목회자들, 자칭 복음주의 신학자들은 교회에 막심한 피해를 준다. 적의 장수보다 적과 내통하는 병사 한 명이 더 무서운 법이다. 아군의 성문을 열어주면 적이 쉽게 쳐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WCC를 지지하는 복음주의자들은 신앙고백공동체의 영적 분별력을 약화시킨다. 진리에 대한 민감성을 앗아간다. 교회의 생명력을 상실하게 하는 적의 위험성과 파괴성을 자작하지 못하게 만든다. 적을 아군으로 오인하게 하거나 구분하지 못하게 한다"(최덕성, 466-467).
오든은 대표적인 저서 <조직신학>(Systematic Theology)과 존 웨슬리에 관한 네 권의 책 그리고 수십 권의 성경 주석을 저술했다. 제임스 패커, 티모시 조지와 더불어 <크리스채너티 투데이>의 편집책임을 맡기도 했다. 신학연구 초기에 교부들에 대해 공부했고, 중년기에 이르러 자유주의적 개신교를 버리고 정통신학, 역사적 복음주의를 받아들였다.
오든은 오클라호마대학교(BA)와 남감리교대학교(SMU, BD)를 졸업했고, 예일대학교에서 문학석(MA)와 철학박사(Ph.D.) 학위를 받았다. 연합감리교회와 관련되어 있는 뉴저지 주 소재 드루대학교에서 가르쳤고, 명예 교수였다. 예일대학교, 남감리교대학교, 하이델베르그대학교(독일), 프린스톤신학교, 그레고리안대학교(로마) 등에서 강연했다. 오든은 29권으로 구성된 고대기독교성서주석(ACCS)의 책임 편집자였다. 아프리카 신학에 대한 열정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오든은 종교다원주의에 깊이 물들어 있는 한국감리교회와 WCC 에큐메니칼 운동을 지향하는 한국과 세계의 신학자, 목회자, 신학도, 신도들에게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종교다원주의, 포스터모던 신학이 길이 아니라, 성경이 제시하는 역사적 기독교, 정통주의 신학, 진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진정한 에큐메니칼 운동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최덕성 박사 (브니엘신학교 총장, 고신대학교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1989-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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