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쿼터스와 하브루타 신학수업
우리가 2000년대를 시작할 무렵, 유비쿼터스 스쿨, 유비쿼터스 가정, 유비쿼터스 방식 교육 등 미래시대의 모습을 소개하는 글을 읽을 때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유토피아처럼 여겼던 유비쿼터스 시대에 성큼 진입했다.
라틴어 유비쿼터스(Ubiquitous)는 물이나 공기처럼 시공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나 무엇이든지 이용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 환경을 지칭한다. 이용 장소나 시간에 관계없이 상시 접속이 가능한 플랫폼을 활용하는 정보통신환경을 말한다.
브니엘신학교의 최덕성 교수님이 개설한 <현대교회사> 과목의 수업 진행 방법은 독특했다. 도전적이며 진취적이며 학습효과가 높은 수업 방식이었다. 심도 있는 학문성과 철학적 사고를 하게 했다. 학습과정(learning process)을 극대화 하는 이 교육 방식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었다.
첫째, 유비쿼터스 방식의 강의였다. 강의를 담당자 교수님은 특별한 시설과 장비를 갖춘 스튜디오에서 강의하고 영상으로 제작하여 유튜브에 올렸다. 우리 학우들은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공간에 모여서 그 강의 영상을 시청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독자적인 공간과 시간에 영상 강의를 두 번, 세 번, 반복하여 시청한 경우도 있었다.
강의영상은 강의자가 철저하게 준비한 강의안을 가지고 녹화한 것을 편집한 것이었다. 오프라인 교실에는 두세 시간 동안 진행해야 할 강의 분량을 약 50분 남짓 분량으로 편집했다. 완성된 텍스트에 기초한 강의는 전통적인 방식의 강의보다 훨씬 알찼다. 오프라인 강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제공했다.
유비쿼터스 방식에 따라 진행하므로 교수의 결강(缺講)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강의자나 학생 때문에 수업이 중단되거나 지체되는 일이 없다. 그리고 강의실에서 생소한 강의를 처음 듣는 방식보다 미리 영상으로 그 내용을 숙지하고 나서 교실에서 토론방식으로 복습하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 역진행)이므로 교육적인 효과가 매우 높다. '플립런닝'은 교수가 제공하는 동영상, 독서자료, 과제 등을 가지고 미리 내용을 학습하고 수업 시간에는 그것을 토론하거나 문제해결 방법을 찾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학습을 하게 하는 교육 방식이다.
둘째, 영상 강의 후에 진행한 ‘하브루타’(havruta) 방식의 토론으로 이어졌다. ‘하브루타’는 전통적인 유대인 토론교육 방식이다. 이 단어는 ‘친구’를 의미하는 히브리어 ‘하베르’에서 유래했다. 나이, 계급, 성별에 관계없이 짝을 이뤄 서로 질문,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토론하고 논쟁하는 방식이다.
우리 급우들은 교실에 모여 영상을 시청하고, 그 다음에 ‘하브루타’ 방식으로 학우들끼리 토론하고 논쟁을 했다. 그 과정에서 학습 내용을 자기의 것으로 소화했다. 나아가 그것을 창의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토론하는 우리들의 사고력이 팽창했다. 지식의 양이 확대되었고, 그것을 현장에 적용하는 창의적 능력이 확대되었다. 이 과정을 거쳐 재확인하거나 새롭게 발견한 답은 평생 잊혀 지지 않는다.
‘하브루타’는 유대인들이 유대교 경전 『탈무드』를 공부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스라엘의 모든 교육과정에 적용된다고 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부모나 교사는 답을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만 한다. 학생이 궁금한 것을 질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함께 토론을 이어가도록 지도한다. 학생은 답을 찾는 과정을 거쳐 지식을 자기 것으로 체득한다. 이 학습방법은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한다.
하브루타 교육 방식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시각과 견해를 곁들여 알 수 있는 점이다. 하브루타 방식의 토론에서 두 사람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을 동시에 경험한다. 이 과정을 거쳐 새로운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다. 이스라엘 격언에는 “두 사람이 모이면 세 가지 의견이 나온다”는 말이 있다.
셋째, 토론진행자(facilitator)의 역할이다. 매 강의마다 급우 한 명이 그 주제의 토론진행자 역할을 하면서 토론을 이끌어 갔다. 토론진행자는 강의를 여러 차례 시청하고 요점을 정리해 왔다.
토론진행자는 자기의 의견을 말한 뿐만이 아니라 토론자들의 생각을 이끌어 내고 그것들을 종합하고 결론을 유도한다. 토론은 진행자가 이끄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각각의 주제마다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토론진행자 역할을 맡는다. 자기가 맡은 주제의 영상을 반복 시청하고 그 요점을 정리하여 토론 때 사용한다.
약 20명 정도의 우리 학급은 종종 두 팀으로 나눠서 영상 강의 내용에 대하여 토론을 했다. 각 팀의 대표자가 그 조에서 토론한 여러 가지 의견들을 발표했다.
나는 <현대교회사> 주제 중 제2강 ‘청교도 혁명’의 펴실리테이터 역할을 했다. 나는 인위적으로 어떤 주제의 질문을 던지지 않았으며, 자연스럽게 토론의 흐름을 이끌었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주고받았고, 점점 학습 내용인 청교도주의를 토론했다. 청교도들의 신앙과 오늘날 우리들의 신앙과 비교하면서 변화하고 개혁해야 할 부분을 토론했다. 하나님의 말씀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면서 토론을 마쳤다.
수업 분량은 오프라인 강의보다 훨씬 더 많았다. 토론 과정에서 급우들은 배운 것을 완전히 소화했다. 전통적인 수업은 강의실에서 교수의 강의를 단순히 듣는 것으로 끝난다. 그러나 유비쿼터스-하브르타 방식은 그렇지 않다. 토론 과정에서 학습 내용을 소화한다.
학생들은 학기 초에 ‘하브루타’ 식 토론과 퍼실리테이터 역할에 다소 서툴렀다. 그러나 점차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했고, 나중에는 그것을 즐겼다. 유비쿼터스-하브르타 방식을 따라 공부를 한 학생들은 그 강의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치기에 충분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것이 하브루타 방식의 교육의 큰 장점이다. 유대인 속담에는 “자신이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 있을 때까지는 안다고 말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최덕성 교수님의 유비쿼터스-하브르타 방식의 교육은 전통적인 교수의 일방적 강의 방식에서 얻지 못하는 많은 지식의 양, 비평력, 창의성, 응용력 등을 배양하게 했다. 일석오조의 이득을 얻는 방식의 학습(Learning Process)이었다.
이 독특하면서도 선진화된 교육 방식은 학생 모두의 학문적 능력을 구축했다. 사고력과 비평력을 확대하고, 점차 세련된 토론을 가능하게 했다. 점점 더 자기의사를 명료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향상시켰다.
최덕성 교수님은 전문분야의 풍성한 학문적 지식과 역량을 지닌 분이다. 자신의 것으로 완전히 소화한 살아있는 지식을 우리들에게 제공했다. 신학수업 여정에서 수학한 교육학 석사과정에서 배운 바탕에서 유비쿼터스-하부르타 방식의 새로운 형태의 효과적인 신학교육 방식을 계발했다고 한다.
급우들이 함께 모여 영상 강의를 듣고, 그 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토론하고, 각자가 스스로 답을 찾아가고 문제를 해결하고 진리를 발견하는 아주 멋진 수업이었다.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다. 교수님의 얼굴을 영상 화면이 아닌 직접 대면하는 시간이 적었다. 그리고 사소한 대화에서 오고가는 스승과 제자와의 정을 많이 나누지 못했다.
이 강의가 다른 나라의 언어로 ‘더빙’되면 각 나라의 젊은이들이 자기들의 언어로 수강할 수 있다. 유비쿼터스-하브르타 방식의 신학교육의 확대로 최덕성 교수님이 꿈꾸는 세계복음화가 신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이명숙, 브니엘신학교 신학대학원 3학년
[편집자 주] 이 글은 브니엘신학교 신학대학원이 2023년 가을 학기에 3학년생들에게 개설한 현대교회사(최덕성 교수 담당)의 글쓰기 과제로 제출한 학술 에세이이다. 논지는 <현대교회사> 강의의 유비쿼터스-하브르타 수업방식은 전통적인 교수의 일방적 강의 방식에서 얻지 못하는 많은 지식의 양, 비평력, 창의성, 응용력 등을 배양할 수 있었다. 일석오조의 이득을 얻는 방식의 학습(Learning Process)이었다“이다. 글쓴이는 이 주장(논지)의 논거(주장의 근거)를 일일이 소개한다. 학술 에세이 쓰기의 모범적인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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