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병원 연구자료/ 이성구 목사
부산 최초의 구호병원
복음병원은 모두가 잘 아는 대로 본래 구호병원으로 출발하였다. 영도 남항동 한 귀퉁이에서 전영찬 선생의 헌신으로 복음진료소로 시작한 복음병원은 장기려박사라는 출중한 인물이 가세하면서 부산과 고신교회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부산의 4개 대학병원 가운데 역사가 제일 오래된 병원으로, 예수님을 닯은 인품과 탁월한 의술을 가진 장기려박사로 인하여 한 때 한강 이남 최고병원이라는 소문이 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대학병원이라는 지위는 얻었지만 장기려박사의 정신은 갈수록 쇠퇴하고, 구호병원의 정신도 지키지 못하며, 대학병원으로서의 수월성도 보이지도 못하는 어중간한 자리에서, 고신교회의 논쟁거리 내지는 걱정거리로 전락한 신세가 되어버렸다.
고려학원 산하 3개 기관 가운데 중심은 언제나 고려신학교, 곧 고려신학대학원이었다. <고신교회>의 시작도 끝도 고려신학대학원이다. 그런데 1980년 10월 의예과가 신설되면서 고려신학대학이 고신대학으로 명칭을 변경하였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이 고신총회 지도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중심 이동’이 일어났다. 높은 세속적 지위(?)를 가진 대학병원 앞에 교회의 지도자들이 머리를 조아리는 이상 현상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때부터 고신총회 안에서 주된 관심사는 언제나 복음병원이었다.
고신교회의 중심을 차지한 복음병원
1990년대 들어서면서 복음병원은 고신총회의 중심으로 어젠다를 독점하다시피하여 고신총회를 ‘복음병원 주주총회’로 불러야 할 정도였다. 급기야 1990년대 후반에는 총회에서 복음병원 관련 안건은 따로 떼어내어 다루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하였다. 병원의 부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증가하고, 특히 교단과 상관없이 이상하게(!) 시작된 김해복음병원이 교단의 실세들과 얽힌 사채 문제의 핵심으로 대두되면서 총회는 심한 갈등을 겪게 되었다. 병원과 얽힌 교단 인사 두 사람이 정부가 지방 소도시를 위하여 세운 김해복음병원을 사적으로 구입하고서는 교회의 병원인 송도 복음병원과 뒤섞어 운영하면서 사채 놀이터로 전락시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음이 드러났다.
필자를 비롯한 40대 젊은 목사들이 거세게 저항하고 나섰다. 교육부 산하 대학병원에 어떻게 1,050억 원의 사채가 발생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문제를 파고들었고, 결국 대학병원인 복음병원과 상관없는 김해복음병원이 문제의 핵심임이 밝혀졌다. 병원이 사채놀이 터로 전락한 것이었고 높은 이자율에 부채가 쌓여갔던 것이었다. 투쟁 끝에 1999년 총회에서 김해복음병원을 처분하는 결의를 이끌어 내었으나 당시 이사회는 꿈쩍하지 않았다. 이듬해 2000년도 총회가 김해복음병원 청산을 재차 결의하였지만 이사회는 여전히 뭉개고 있었다. 급기야 고려학원 이사회의 기능이 마비되기에 이르렀고, 그 결과 관선이사가 파송되고 마침내 부도 사태까지 터지고 말았다. 2003년의 일이었다.
교회의 골칫거리로 전락하는 복음병원
그렇다면 1,050억 원에 달한 복음병원의 부채는 어떻게 발생하게 되었던가? 교육부가 파송한 관선이사회가 회계법인을 동원하여 3개월을 조사하고 내린 결론은 충격적이었다. 700억 원의 부채는 어떻게 발생했는지 추적을 할 수 있었으나 350억 원의 부채는 끝내 그 원인을 찾을 수가 없다는 보고였다. 김민남 관선 이사장(당시 동아대교수)이 대학본부, 신대원, 병원의 보직교수들을 모아놓고 들려준 결론은 이랬다.
“3개월 동안 회계법인을 통해 조사한 결과 이 교단은 불법, 탈법, 편법, 행정편의주의 등 온갖 종류의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이 교단 회개해야 합니다.”
황창기 총장, 한진환 신대원장과 함께 신대원 학생처장의 자격으로 그 모임에 참석했던 필자는 평생에 잊지 못할 충격을 받았다. 불신자인 관선 이사장이 목사 교수들을 비롯한 3개 기관의 핵심 인사들을 불러놓고 ‘회개하라’고 권고하는 소리는 당황스럽기 짝이 없었다. 너무 아팠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황 총장은 뒷날 이날을 두고 ‘고신 교치일(校恥日)’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사회가 분열되면서 관선이사가 파송되고 4년간 경영권을 빼앗기는 뼈저린 경험을 한 고려학원이 지난해부터 다시 25년 전과 동일한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이번에는 병원뿐만 아니라 대학이 본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도 사태를 겪으면서 교회들이 총동원하여 200억 원의 자금을 직접 투입한 후에야 고신총회는 정부에 내어주었던 이사회를 다시 찾아올 수 있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지금 대학이 교직원의 월급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고, 복음병원마저 다시 부채가 1,400억 원을 넘어서면서 두 기관이 본격적으로 교회의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이제는 고신교회가 병원에 대하여 별로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아 불편한 상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따라서 단편적인 수습책이 아니라 앞에 쓴 글(1~3)에서 지적한 대로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얻어내야 하는 시점이다. 오늘은 복음병원에 대하여 물어야 할 차례다. 고신 교회에 있어서 복음병원은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하는가?
대학의 구조조정,
캠퍼스 통폐합, 병원의 의사 구인란, 경영부실, 부채 증가 등의 문제를 다루기 전에 복음병원의 정체성에 관하여 고신교회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으며, 변화하는 시대에 지금의 복음병원은 그 역할이 무엇인가를 묻고 대답해야 한다.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하다 6.25 전쟁의 소식을 듣고 학업을 접고 귀국한 전영창 선생은 복음진료소를 세우고 구호에 힘을 썼다. 북한에서 이미 최고의 의술을 보인 장기려 박사가 합세하며 복음진료소는 복음병원으로 커갔고, 1981년 고신의료원으로, 2002년에는 고신대학교복음병원으로 이름을 바꾸어가며 정체성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복음병원이 이상한 형태로 김해복음병원과 동거(?)하면서 고신의료원으로 몸집을 키웠고, 부도 위기가 닥치자 김해복음병원을 청산하기로 하면서 다시 고신대학교 복음병원이 되었다. 고신의료원이라는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부터 개입을 시작했던 필자로서는 복음병원이 본래의 설립 의도를 벗어나 몸집 불리기에 급급해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가졌었다.
한상동 목사를 비롯한 교단의 설립에 관여한 초기의 인사들은 장기려 박사가 복음병원의 설립 정신을 살리려 병원의 경영을 위한 수입 여부보다는 환자의 영육을 살리는 일에 전심전력하는 것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병원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데도 돈이 되지 않는 환자들(!)을 받아 치료하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 장 박사의 경영 태도를 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교단의 지도자들은 부도를 막기 위해 총회를 통해 담임목사 한 달 생활비를 내놓도록 결의하는 등의 노력을 쏟았다. 필자는 한상동 목사가 시골에서 양계사업으로 농촌교인들의 살림을 살리는 데까지 애를 쓰던 전은상 목사를 찾아와 나누었다는 옛날이야기를 2004년 늦가을에 미국 시카고에서 직접 전 목사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김해까지 찾아와 한나절 동안 말없이 마루에 앉았다가 해가 질 무렵 그냥 일어서는 한 목사에게 ‘무슨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라고 물으면 그제야 속마음을 털어놓으셨다고 했다.
“내일 얼마만큼의 돈이 없으면 복음병원이 부도가 날 것 같다고 하네요.”
그 소리를 듣고 부랴부랴 돈을 구해 드리면 그걸 들고 가시곤 했다는 것이다. 한 두번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였다. 목회자들이 그렇게 협조할 수 있었던 것은 복음병원이 복음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최근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복음병원이 침몰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해도 20년전처럼 돈을 내놓을 교회는 없다는 이야기를 쉽게 한다. 코로나 이후 교회 상황이 좋지 않은 것도 있지만 복음병원이 더 이상 교회가 직접 경영해야 할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목회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부산 경남 외에 복음병원과 관계를 가진 사람도 없을 뿐 아니라, 부산 경남지역에서도 복음병원을 그 옛날 장기려 박사 시절처럼 인식하는 목회자들도 흔치 않은 상황이 되었다. 건강보험이 확립된 우리나라에서 복음병원이 더 이상 구호의 역할을 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믿음과 실력을 겸비한 소문난 의사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고신의 성도들도 더 이상 복음병원을 찾을 이유를 발견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의과대학을 세울 때도 총회 내에 갈등이 심했고, 그 후 의학부 부정입학 사건으로 목사 이사장이 감옥에 가는 일도 발생하는 등, 병원은 바람 잘 날이 없었다. 1995년 장기려 박사의 뒤를 이은 박영훈 원장의 임기 연장을 원한 이사회는 결의에 필요한 이사 2/3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9:6으로 정면 대립하는 바람에 난장판이 되었다. 결국 그해 광주은광교회에서 열린 총회에서, 이사회가 버젓이 살아있는데도, ’고려학원 제문제를 위한 전권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사전 모의하였음이 밝혀졌다. 진주의 모 목사가 부목사를 시켜 위원 후보 명단이 적힌 쪽지를 사전에 만들어 돌리다가 발각되어 총회 앞에 폭로되는 부정 사건이 발생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불법 운동은 그대로 덮혔고, 투표 결과 한 사람 외에는 전원 각본대로 뽑혔다. 그 결과 자기편 9명의 이사들만으로도 원하는 인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끝내 반대하는 이사 3명(원종록, 김용구 목사, 김진호 장로)의 과오를 만들어내어 강제 해임하는 초법적인 사건을 벌였다.
상상도 못 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듬해 남교회당에서 열린 총회는 시작부터 동부산노회 총대의 자격을 박탈하는 조치 때문에 총대들이 검은 리본을 달고 항의 시위를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져 총회가 개회조차 하기 어려웠다. 그뿐 아니다. 90년 후반 지속적으로 터져나온 주차장 입찰 담합사건, 김해복음병원 병합사건, 부도 사태, 관선이사 파견 등 일련의 사건으로 복음병원은 장기려 박사가 섬긴 아름다운 ‘복음’병원이 아니라, 고신 교회의 완전한 골칫덩어리로 전락(!)하였다.
언젠가 90년대 이후 일어난 복음병원 문제에 대해 정확한 역사를 기록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는 필자로서 이와 관련한 상세한 논의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어쨌거나 2003년 1,050억원 복음병원 부도사건 때 200억원의 돈을 만들어 넣은 이후 지난 20년간 고신교회는 더 이상 병원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지내왔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만큼 교회의 관심과 우려로부터도 멀어져 있었다.
그런데 지난 해 6월 이병수 총장 취임식에서 총회장이 설교 중에 ’복음병원이 매월 10억씩 적자를 보고 있다‘고 언급하는 것을 들으며 필자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그해 9월에 열린 미래교회 포럼에서 복음병원의 부채가 명목상 1,220억원이라는 보고까지 들을 수 있었다. 사건이 간단치 않음을 목도한 필자는 지난 해 10월 들어 여전히 고신교회에 관심을 가진 몇 분과 대학과 병원 문제로 대화를 시작했고 곧 열다섯 분으로 <고려학원 고신인 감시단>이라는 이름의 모임을 꾸렸다. 위기 상황을 교회에 알리고 세 기관에게 적극적으로 대처에 나서라고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대학과 병원의 책임자들을 만나고 시급하게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위법적인 인사행정을 멈추고, 병원의 정책적 방향을 선회해야 할 것을 주문하였다. 때로는 문서형식으로 요구를 전달하는 등 바깥의 소리가 들리도록 애를 써 왔다. 문제의 핵심이 무엇보다 인사행정의 난맥상임을 절감했다.
복음병원의 지난 해 일년 매출액이 3,4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1%만 이익을 남겨도 34억원의 흑자를 볼 수 있다. 이익이 있어야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러나 1%조차 남기지 못하여 해마다 적자가 거듭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2023년 임금 현상에서는 병원 노조도 기대하지 못한, 2022년 인상액 0.8%보다 네 배가 많은 4%를 병원장이 막판에 불쑥 제시하는 바람에 예상되던 흑자경영이 현재까지 34억 적자로 돌아서 버렸다.
복음병원은 더 이상 구호병원일 수가 없다. 대학병원이다. 치료 방법에 대한 새로운 연구와 실험이 이루어지고, 다른 병원들이 할 수 없는 분야의 치료에 헌신하며, 새로운 의료기술을 도입하는 선두 주자가 되어야 한다. 그와 함께 선교를 위한 의료인들도 배출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복음병원은 어떠한가? 간간히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애를 쓰는 것도 사실이지만, 부정적인 이야기가 더 빠르게 퍼져가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가 없다. 한심한 것은 현재의 복음병원은 자기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부채투성이의 병원이 되었고, 조만간 그 상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복음병원을 부채투성이의 병원으로 만들었는지를 물어야 한다. 복음병원의 문제는 무엇이며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진단이 정확해야 적절한 해법을 얻을 수 있는 법이다. 1. 경영 능력을 갖춘 사람을 모셔야 한다.
병원의 최종 경영 책임자는 누구인가? 이사장인가, 총장인가, 병원장인가? 물론 병원장이 최종 경영의 책임을 진다. 그런데 병원장을 맡은 의사는 본래 전문 경영인이 아니다. 겨우 임기 3년짜리 병원장이 2천명 가까운 직원을 가진 병원의 장단기 경영대책을 세우고 평가하고 보완할만한 능력과 시간, 권위를 가질 수 있을까? 고급간부는 이사회가 임명하고, 하급직원은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임면이 가능한 상황에서 병원장의 인사재량권은 얼마나 될까? 총장의 추천을 받아 이사장이 임명하는 병원장은 얼마나 창의적이고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 3년 동안 치료의 위험부담 때문에 다른 모든 병원들이 수백억씩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그런데 우리 병원만 100억대의 적자를 면치 못하였다. 빠른 판단력과 추진 능력을 갖춘 지도자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이유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어 보인다. 명색 복음병원이 국가적 재난에 먼저 뛰어들어야 할 상황에서 재정 핑게로 몸을 사렸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 일을 위하여 교회의 도움을 청했다면 지원이 쏟아졌을 것이다. 오래동안 강성노조로 알려진 복음병원 직원노동조합장조차 이런 병원의 태도에 한탄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병원 안에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존경을 받는 풍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유능한 의사라고 경영까지 잘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한 일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병원의 기획실, 행정처 등에 경영의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등용해야 한다. 경영자문위원회라도 구성하여 다양한 견해를 수렴해야 한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전문가가 어디엔가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조직의 변화를 단행해야 한다. 노조와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유능한 전문 조정관들도 필요하다. 병원의 구성원들이 세속적 경영에만 의존하지 않고 영적 사명감, 영적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원목실을 강화하여 영성을 고취해야 하는 일에도 힘을 써야 한다. 복음병원은 오랫동안 유능한 사람이 아니라 유리한 끈을 가진 사람이 한자리를 차지한다는 소리가 끊어지지 않았다. 병원장이 되는 것도 능력이 아니라 다른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한다고 수군거리게 해서는 곤란하다. 이사장은 유능한 병원장을, 병원장은 실력을 갖춘 의사들을 모셔 들이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2. 고신의대 순혈주의(!)로는 안 된다
어느 대학이든 교수요원은 가능한 한 다양한 대학과 기관에서 연구한 사람들을 불러 모아 함께 연구하고 가르쳐야 발전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폐쇄된 인력구조의 대학은 퇴행적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병원도 마찬가지다. 지금 고신대 병원은 자대(自大) 출신들이 연속하여 3대로 원장을 맡고 있다. 의대학장 역시 고신대학을 졸업하고 2015년도에 학장이 되어 지금까지 내리 4연임 하며 8년간 홀로 독점하고 있다.
교수 청빙도 어려워 스스로 세운 모집 규정을 어기기도 한다. 수련의들을 제대로 채용하지 못하여 제4기(2021-2023) 상급 종합 병원에 지정되지 못하고 탈락하는 부끄러움을 당하였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금년에도 모집한 수련의가 모집정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금년 말에 실시될 제5기 지정평가에서 기준점을 통과할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으나 부정적인 견해가 적지 않다. 널리 각 곳에서 인사들을 영입할 수 있어야 대학과 병원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경험과 실력을 가진 의사가 일하고 싶은 병원, 그런 실력자를 영입할 수 있는 신뢰받는 병원장을 세워야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의사 간호사 직원들 모두가 절대 세우지 말아야 할 사람이라고 지목하는 사람이 병원장이 된다면 그 병원의 앞날은 생각할 수 없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나는 곳이 복음병원이니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제 그 폐쇄적이고 어두운 얄궂은 전통을 걷어내야 한다. 3. 투명한 인사와 재정운영으로 신뢰를 회복하라.
아직도 복음병원은 인사와 재정을 두고 지저분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고려학원 고신인 감시단이 일곱 차례에 걸쳐 병원의 인사와 행정에 대하여 발견되는 문제점을 지적하며 변화를 촉구하였지만 응답이 없고, 같은 일들이 반복될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
교회의 기관은 그 어떤 기관보다 투명해야 한다. 인사가 합리적이어야 하고 재정이 불법적으로 새지 않게 해야 한다. “복음병원의 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다.”는 말이 70년대부터 돌아다녔다. 지금은 많이 개선 되었겠지만 아직도 어두움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도 사실이다.
동일한 병상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2003년 1,200명에서 20년이 지난 지금 1,950여명으로 늘어난 직원들이 과연 각 직책에 적합한 사람들로 채워져 있는가?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
이사장, 이사, 교단 유력인사들의 교회를 통해 줄줄이 병원에 자리를 트는 경우가 적지 않아 수군거린 역사가 오래되었다.
필자는 20년전부터 복음병원의 변화는 직원들의 “계통도” 작성을 통하여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을 해왔다. 복음병원과 고신대학은 구조조정이 불가능한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구조조정과 혁신은 인사혁신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런데 복음병원이나 고신대학은 어느 한 사람을 손대려 하면 곳곳에서 압력이 들어와 감히 그 누구도 혁신을 시작하지 못한다. 최근에는 들리지 않지만 고려학원 이사만 되면 자식이나 교인들을 병원에 취업시키려 한다는 소리가 자주 들렸다. 지금 대학과 병원의 인력구조는 어떤 계통도를 갖고 있는 것일까? 새롭게 세워질 총장과 병원장은 반드시 “계보”를 작성해 볼 것을 권고한다. 그 계통도를 손에 쥐면 조직의 혁신을 위해 누구를 먼저 설득해야 할지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병원의 재정 운영도 부당한 일이 많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국내 도입가격 65억원이면 충분한 의료장비를 약 110억원에 사들였다가 비싼 가격에 문제가 생겨 소송에 휘말렸으나 책임지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지금도 그런 일이 없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약품 도매상과의 거래도 의심을 많이 받고 있는 분야다. 구매 청원, 검사, 감사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누가 아는가? 과연 병원의 재정 운용이 병원과 고신교회를 위하여 행해지는가?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3,4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가진 병원과 대학의 재정 운용을 살필 수 있는 상임감사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30년전부터 상임감사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총회 때마다 상정되었지만 번번이 거절되었다. 감사 운용비용이 많이 든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부당하게 새어나가는 돈을 생각하면 상임감사를 두는 것이 훨씬 유익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0년전 부도가 발생했을 때 집행부에서 책임을 지거나 징계를 받은 사람이 없었다. 감사들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다. 그런 무책임한 감사제도가 여전히 그대로 시행 중이다.
투명한 인사행정과 정직한 재정운용은 교회가 직영하는 병원이 보여야 할 매우 당연한 모습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데 심각한 위기를 느끼게 된다. 지금은 자취를 감춘 침례병원을 자꾸만 떠올리게 된다.
4.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
복음병원이 위기를 두고 항상 지적되는 점은 바로 고신대학교나 복음병원은 주인이 없다는 것이다. 그 어느 누구도 주인의식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모든 병원이 흑자를 올리던 지난 3년간도 복음병원은 적자를 면치 못하였다는 주장이다.
이사회에서 절대 권한을 가졌다고 말해지는 이사장은 2년, 병원장은 3년, 총장은 4년의 임기만 끝나면 그만이다.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대학과 병원의 운영 방향과 방법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어도 임기만 끝내면 누구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어떤 총장 시대에 누가 대학을 이렇게 수많은 학과로 확장 시켰는지, 학령인구 감소가 국가적 문제인 상황에서 어느 총장 때부터는 대학 규모를 축소했어야 했는지, 묻지도 대답하지도 않는다.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병원장의 임기가 3년으로 제한되어 있으니 더 먼 병원의 미래를 염려할 이유가 없다. 자기 시대만 그럭저럭 보내고 적자야 얼마나 되건 파업만 막으면 된다. 그러니 노조가 기대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인상안을 던져버릴 수 있는 것이다. 돈을 수억씩 들여 경영 진단을 실시하고 결과에 따라 혁신을 진행하겠다고 하고서는 그 뿐이었다. 책임 있게 혁신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거나 그저 책임 면피용으로 내놓았을 뿐이었던 셈이다. 누구도 다음 과정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이사회도 총회도 심각한 부채 보고서를 앞에 두고서 대책을 집요하게 추궁하지 않는다. 감사 결과의 지적이 있어도 해마다 같은 일이 반복되기 일쑤다.
고신 교회에 정직한 주인이 이리도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주인의식 없이 ‘자리’만 탐하고 대접만 받으려는 사람은 절대로 교회 앞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 시간과 돈을 바쳐 교회의 영광을 나타내고 싶은 주인의 아들들이 이사, 총장, 병원장, 학장, 처장, 고위 간부로 나서야 한다. 희생과 헌신으로 교회의 영광을 나타낼 사람들이 대학과 병원의 주인으로 당당하게 앞에 서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비굴하지 않은 하나님의 일꾼들이 앞장서도록 해야 한다. 5. 복음병원을 교회가 직영해야 할 이유를 분명히 해야 한다.
구호병원이든 대학병원이든 어떤 종류의 병원이든 21세기 현재의 대한민국 의료제도 속에서 교회가 직접 병원을 운영할 이유가 있는가? 대한민국에서는 가난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초 생활지원대상자들이 소득 중상위계층의 사람들보다 훨씬 쉽게 병원을 찾을 수 있는 나라가 되어 오히려 문제가 될 정도이다. 고신교회보다 훨씬 능력 있게 대학병원을 잘 운영할 대학이나 기업들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우리가 대형병원, 대학병원이 적지 않은 대도시 부산에서 굳이 병원을 경영하며 부조리, 부도덕, 심지어 불법이 행해지고 있다는 소리를 주고 받아야 하는가?
대학과 병원을 교회가 직영해야 할 이유를 두고 90년대에 많은 논쟁을 벌였었다. 그러나 감정적 충돌만 일으켰을 뿐 진지하게 성경적 신학적 역사적인 대답을 만들어보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 때 결단을 미루었던 우리의 나약함이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교회는 소유권에 대한 관심을 버려야 한다. 우리의 표준은 오직 한 가지, 과연 우리가 경영하는 것이 하나님의 나라에 더 큰 영광이 되는가에만 관심을 보여야 한다. 치열한 논쟁을 벌여야 한다. 아마도 무엇이 하나님 중심으로 사는 것인지 어렵지 않게 모두 동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미루거나 주저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제73회 총회는 다른 모든 논의사항은 운영위원회나 임원회로 넘기고, 대학과 병원의 운영 문제를 두고 끝장토론을 해야 한다. 고신교회와 고신대학, 고신교회와 복음병원의 관계를 분명히 하고, 고신 성도들에게 우리가 대학과 병원을 직영해야 하는지, 아니면 방법을 달리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설명하고, 엄청난 부채의 해결방안을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 이 모든 현안의 최종책임을 누가 지고 이끌어가야 할 것인지도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회피하거나 떠넘기거나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아직 이 땅에 살아있는 모든 고신인들이 함께 책임을 나눌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지혜가 모두에게 임하기를 기원한다. <끝>
출처 : 코람데오닷컴(http://www.kscoramde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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