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존스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백금산 목사
이와같이 나는 로이드 존스를 읽으면서 그에게서 많은 것을 얻었다. 내가 그에게서 배운 것 중의 중요한 몇 가지는 다음의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목회자인 우리 모두가 로이드 존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설교에 목회자로서의 목숨을 걸라
우리가 로이드 존스에게서 배울 수 있는 첫 번째 교훈은 설교의 중요성과 우선성에 대한 것이다. 로이드 존스는 런던에서 제일 큰 개혁주의 교회가운데 하나인 웨스트 민스트 채플에서 약 30여년간 행한 설교를 통하여 설교가 무엇인지를 20세기 교회에 보여주었다. 목사로서의 목회사역가운데 설교는 다른 것과는 대체할 수 없는 목사의 고유한 직무이며, 가장 최우선적인 직무가 되어야 함을 보여준 것이다. 로이드 존스 이래 20세기 후반의 교회는 성경의 한 책을 연속 강해하는 설교 붐이 일어나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목회설교의 가장 중요한 형태가운데 하나로 자리잡게 되었다. 물론 설교가 목회의 전부는 아니다. 목회는 분명 설교하는 것 이상의 많은 영역들을 포함한다. 그러나 목회자에게 있어서 최우선순위는 무엇보다도 설교사역이라는 것을 로이드 존스는 우리에게 아주 웅변적으로 확인시켜준다. 설교를 하는 사람도, 설교를 듣는 사람도 설교를 통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예배의 설교시간에 임하는 것이 오늘의 많은 한국교회의 현실이 아닌지 모르겠다. 로이드 존스는 하나님께서 어떻게 설교를 통해서 교회를 변화시켜 오셨는지에 대한 확신을 교회역사를 통해서 또한 자신의 사역을 통해서 분명하게 보여준다. 로이드 존스는 오늘날 설교에 대한 불신과 왜곡된 견해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다시금 설교의 중요성을 깨닫고, 설교자로 부름받은 자신의 소명을 다시한번 진지하게 돌아보라고 권면한다. 또한 설교의 중요성을 믿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확신가운데 이 세대의 수많은 방법주의자들에 대항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설교사역에 자신을 전력투구하도록 격려한다.
둘째. 부흥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라.
로이드 존스를 통해 우리는 부흥에 대해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도전받게 된다. 로이드 존스는 작게나마 그의 에버라본 시절 목회현장에서 부흥을 경험했고, 평생토록 부흥이 다시금 자기시대의 교회위에 임하기를 기도했다. 그는 자기를 18세기의 사람이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18세기는 그에게 있어 부흥과 각성의 시대로서 하나님의 교회가 가장 영광스러운 경험을 한 시대였고, 그가 가장 좋아하는 휘트필드, 하월 해리스, 다니엘 로랜드, 조나단 에드워드의 시대였다. 존스가 말하는 부흥이란 소위 ‘부흥회’나 ‘전도집회’ 또한 ‘교회성장’이나 ‘교회개혁’이 아니다. 그에게 있어서 부흥은 한마디로 오순절 성령 부으심의 반복이었다. 또한 교회가 하나님의 교회라는 사실을 가장 뚜렷이 볼 수 있는 성령을 통한 하나님의 임하심이기도 했다. 우리는 로이드 존스가 강조하고 있는 부흥에 대한 시각을 통해 그동안 한국교회에 유행처럼 번졌던 여러 가지 운동들 즉 제자훈련, 귀납적 성경공부, 강해설교, 전도폭발, 경배와 찬양, 은사집회 등등 끝없는 각종 프로그램과 방법과 수단들을 통해서 교회를 성장시키고자 했던 우리를 노력들을 정직하게재평가하고, 분별할 수 있는 안목을 얻게 된다. 또한 교회의 문제에 대한 피상적인 진단과 피상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교회의 근본적인 문제와 해결책에 대한 시사를 받게 된다. 인위적이고 세속적인 방법이 난무하고 있는 오늘의 한국교회 현실 속에서 부흥은 죽은 교회를 살리고, 잠든 교회를 깨우며, 무기력한 교회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하나님의 방법이요, 하나님의 수단이라는 로이드 존스의 강조점은 우리가 충분히 귀담아 들어야 할 교훈이다. 따라서 우리는 그를 통해 부흥을 위해 기도할 분명한 이유와 목표를 배우게 된다.
셋째, 교회사를 읽어라.
로이드 존스를 통해서 우리는 교회사의 중요성을 배우게 된다. 로이드 존스의 해박한 교회사에 대한 지식 특히 청교도와 부흥사와 신앙위인들에 대한 지식은 우리를 압도하고 우리를 놀라게 한다. 많은 목회자들에게 있어서 교회사는 신학교 다닐 때 배우던 과목의 하나이거나 교회사 교수만이 독점적으로 공부하는 분야로 남기 쉽다. 그러나 목회일선에 있는 목회자 자신이 교회사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현재 자신이 목회하고 있는 교회의 형편과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형편을 다른 시대의 교회와 비교해서 볼 수 있는 객관적인 비교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시각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의 교회 현실의 장. 단점을 깨닫게 되고 무엇이 성경적인지 또한 무엇인 전통적인 것인지를 분별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가장 크게 역사하신 시대의 교회모습을 통해서 오늘의 우리 교회가 나가야 할 목표와 방향감각을 가지게 된다. 이런 면에서 로이드 존스가 강조하고 있는 교회사의 중요성 특히 모든 시대의 교회의 모범이 되는 청교도 시대와 부흥시대의 교회모습을 우리가 잘 아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것이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과거를 통하여 오늘의 현실을 해석하고, 나아가서 내일의 한국교회를 만들어가는 가장 좋은 자원이자 이정표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넷째, 조직신학의 기초를 닦아라.
우리는 로이드 존스를 통해서 목회자와 설교자에게 조직신학에 대한 지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배우게 된다. 로이드 존스가 로마서 강해와 같은 엄청난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조직신학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떤 면에서 그의 로마서 강해는 조직신학을 로마서 본문을 통해서 가르친 것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조직신학은 성경전체를 하나로 통일시켜주고, 성경전체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게 해준다. 교리는 사실 성경해석의 열쇠요, 우리 경험의 지표가 된다. 또한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교회를 연결시켜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우리 한국교회의 부정적 현실 가운데 하나는 이러한 조직신학의 중요성에대해서 그리고 교리공부의 필요성에 대해서 너무나 무시하고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교리는 지루하고 딱딱하고 재미가 없기 때문에 성도들에게 가르치지 말고, 성도들의 생활에 관련된 흥미있는 주제를 설교하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이 결과 성도들의 신앙이 너무나 주관적이고 편협하게 흐르는 한편 교리와 생활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문제점을 낳기도 했다. 성도들에게는 피부에 직접 느껴지는 현실적인 생활에 대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또 한편 인류역사 전체를 주관해가고 있는 하나님의 목적과 계획과 일하심에 대한 전체적인 지식도 필요하다. 성경론, 신론, 인론, 기독론, 구원론, 교회론, 종말론등의 전통적인 조직신학의 주제들은 오늘도 여전히 하나님의 교회 성도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어야 하며,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삶을 살아야 할 필수적인 내용들이다. 이러한 교리적 내용들은 사실 성경이해와 성도들의 생활에 있어서 기본기와 뼈대라 할 수 있다. 모든 분야에 있어 기본기가 튼튼해야 하듯이 이렇듯 신앙과 삶에 있어서도 기본기와 같은 그리고 뼈대와 같은 교리적 지식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는 로이드 존스의 설교와 사역들을 통해서 이러한 조직신학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돌아보게 되고 전통적인 교리 교육의 필요성을 배우게 된다.
다섯째. 균형 잡힌 독서를 하라.
20세기 최고의 목사요, 설교자인 로이드 존스는 공식적인 신학교육을 받지 않았다. 영국의 제일 촉망받는 의사로서 인정받고 있던 중 목회자로서의 하나님의 소명을 받고 곧바로 신학교육을 받지 않은 채 목회 일선에 뛰어들게 되었고, 장로교 계통의 한 노회에서 많은 논란 끝에 안수를 받아 목사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신학교를 졸업하고 목사가 되는 과정을 초월한 아주 특이한 경우였다. 어떻게 신학교의 문턱에도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 가장 위대한 기독교의 유산과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영국 교회의 가장 탁월한 목회자요 설교자요 신학자로 우뚝 서서 후배 목회자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는가? 이는 매우 궁금하고, 우리의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질문이다. 이 비밀은 로이드 존스의 독서생활에서 그 해답을 찾아볼 수 있다. 책은 로이드 존스에게 있어서 신학교나 마찬가지였고, 그가 읽은 책의 저자들은 그에게 스승이었다. 로이드 존스는 신학교에서 살아있는 스승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적은 없었으나, 책을 통해서 2000년 교회사의 가장 훌륭한 신학스승들로부터 자신의 신학과 목회를 배웠던 것이다. 로이드 존스의 독서는 분량과 분야에 있어서 놀라운 정도로 방대한 규모였다. 그중에서도 교회의 부흥사와 부흥시대의 중심인물들 그리고 청교도신학과 특히 조나단 에드워드 전집 등이 로이드 존스가 가장 애독한 책의 목록들이었다. 로이드 존스의 딸이 자기 아버지를 기억할 때, 독서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로이드 존스는 독서를 많이 했다. “부친하면 우리는 독서를 연상합니다. 물론 저의 부친은 설교를 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책을 읽었습니다. 읽어도 애독을 하였고, 정규적으로 읽었으며, 많이 읽었습니다.”2) 책이란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읽느냐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다. 로이드 존스는 목회자들에게 균형잡힌 독서를 권한다. 그가 말하는 균형있는 독서가 무엇인지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균형있는 독서를 하십시오. 균형이 깨진 독서처럼 거짓된 지식을 낳는 것도 없습니다. 만일 신학서적만 읽는다면 이러한 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제나 균형있는 식사를 하듯이 독서에서도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이것이 ‘무슨 뜻입니까?’라고 물을 것입니다. 제가 겸손하게 말씀드린다면 저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었던 것은 신학서적과 전기 읽는 것을 서로 균형 있게 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언제나 그렇게 했습니다. 항상 휴일에 그랬고, 매일같이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특히 휴일 아침에는 신학책을 읽고 밤에는 전기를 읽으려고 노력합니다.”3)
목회자에게 있어서 독서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만 자신의 목회사역에 정말 유익되도록 독서를 잘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편식하는 사람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만을 골라 읽기 쉽고, 정말 자신의 신학과 목회에 뿌리와 뼈대가 되는 책을 꾸준히 읽기 보다는 당장 급하게 써먹을 수 있는 책들만을 읽기가 얼마나 쉬운가? 목회자에게 필요한 냉철한 지성과 뜨거운 가슴을 위해서 우리는 로이드 존스가 제시하는 경건서적과 신학서적을 균형있게 읽는 지혜가 있어야함을 배우게 된다.
나의 멘토, 나의 평생 스승 로이드 존스
우리 시대에는 참된 영적인 스승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우리는 영적인 스승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목회에 있어 스승을 꼭 살아있는 사람으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 동시대의 사람뿐만 아니라 우리 전시대의 사람들도 얼마든지 우리의 멘토요, 우리의 평생스승으로 삼고 그들에게서부터 진정한 목회와 신학을 배울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로이드 존스는 수많은 믿음의 선배요 스승가운데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가운데 하나며, 또한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가운데 하나다. 목사로서의 나의 신앙과 신학, 설교와 목회는 로이드 존스를 알게 되므로 전환점을 맞이했고, 평생 공부와 목회에 목표와 방향설정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로이드 존스를 만나고 난후 그를 길잡이로 해서 내게 큰 도움을 주는 더 많은 스승들을 알게 되었다. 이제 나는 교회사를 통해 나타난 수많은 믿음의 선배들 가운데서 어거스틴(5세기), 칼빈(16세기), 존 오웬(17세기), 조나단 에드워드(18세기), 스펄젼(19세기), 로이드 존스(20세기)를 나의 멘토요, 나의 평생 스승으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이들 중에서 로이드 존스는 여기 한국 교회의 신학생들과 목회자들이 평생 배울 수 있는 영적 거인이요, 스승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와 가장 가까운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며 또한 그의 대부분의 책이 번역되어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가장 접근하기 쉬운 사람이다. 로이드 존스를 만나 그에게서 배워 보라. 그는 오늘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아니 참으로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그에게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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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주>
1. 로이드 존스의 여러 모습에 대한 종합적 평가를 보기 위해서는 크리스토프 캐서우드가 편집한 다음의 책을 보라.
Christopher Catherwood, Martyn Lloyd-Jones: Chosen by God. (Westchesrer: Crossway Books, 1986).
2.프레데릭 캐서우드, 엘리자베스 캐서우드,「마틴로이드 존스와 그의 독서생활」이중수 옮김 (서울:양무리서원, 1993), p.32.
3.마틴 로이드 존스, 「청교도 신앙」서문강 역 (서울:생명의 말씀사, 1990), p.54.
4.Christopher Catherwood, Martyn Lloyd-Jones: A Family Portrate, (Grand Rapids: Baker BooKs, 1994).
5. Iain H. Murry, Martyn Lloyd-Jones: The First Forty Years 1899-1939. (Edinburgh: Banner of Truth, 1982). 이안 머레이의 전기 2권중 제1권은 번역되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이안 머레이, 「마틴 로이드 존스의 초기 40년」서문강 옮김 (서울:청교도신앙사, 1990).
Iain H. Murry, Martyn Lloyd-Jones: The Fight of Faith 1939-1981. (Edinburgh: Banner of Truth, 1982).
6.마틴 로이드 존스,「목사와 설교」서문강 역 (서울: 기독교문서선교회, 1989). 로이드 존스의 설교관에 대한 좋은 연구서로서 2권의 책이 있다. Tony Sargent, The Sacred Anointing: The Preaching of Dr.Martyn Lloyd-Jones (Wheaton:Crossway Books,1994), 정근두,「로이드 존스의 설교론:그의 설교의 원리와 방법」(서울: 여수룬,1993).
7.마틴 로이드 존스,「부흥」서문강역 (서울:생명의 말씀사,1988). 로이드 존스의 부흥관이 체계적으로 잘 요약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려면 1959년 청교도 대회에서 행한 ‘부흥에 대한 역사적 신학적 연구’라는 강의를 참고하라. 로이드 존스,「청교도 신앙」pp.13-35.
8.마틴 로이드 존스,「성령세례」정원태 역 (서울: 기독교문서선교회, 1986).
9. 로이드 존스의 성령세례관에 대한 좋은 분석서로서 다음의 책을 참고하라. Michael A. Eaton, Baptism with The Spirit: The Teaching of Martyn Lloyd-Jones. ( Leicester: Inter-Varsty Press, 1989).
10. 주 4번참고.
출처: 마지막 청교도 신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