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규정 지침과 해지의 주체
에장연과 한기총의 이단 해지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교회와 신앙> (2011. 12. 16.)에서 옮겨옴
허호익 교수 / 대전신대 대학원장, 조직신학
1. 기독교신앙의 본질과 일치의 공동분모
우리말 성경에 등장하는 ‘이단(異端)’이란 용어는 분파 또는 파당(Hairesis)을 뜻하는 희랍어의 번역이다. 이단의 단(端)은 ‘바르다, 옳다, 진실하다’의 뜻이므로 이단은 ‘시작은 같지만 끝에 가서 다르다’는 뜻은 아니다. 이단은 처음부터 바르지 않은 거짓된 사설(邪說)을 의미한다.
기독교 신앙의 여러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일치의 공동분모로서 신앙의 본질이 잘 드러나 있는 것이 사도신경이다. 사도신경 자체가 150년경 로마교회에서 마르키온 이단을 반박하기 위해 사도들의 가르침의 핵심적인 본질을 밝혀 바른 ‘신앙의 규범’으로 제시된 것이기 때문이다.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 아버지(신론)
·그의 외 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기독론)
·성령(성령론)
·거룩한 공교회와 성도의 교제(교회론)
·죄의 용서와 몸의 부활과 영생(구원론)
1·2차 세계대전 동안 기독교 국가 사이의 전쟁이 일어났고 전후에 세계교회의 화합과 일치를 위해 1948년 세계기독교교회협의회(WCC)가 창립되었다. WCC는 20세기에 와서 세계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는 기독교들이 역사와 전통, 교리와 제도, 예전과 의식이 너무 다양하지만 그래서 최소한의 일치의 공통분모를 모색하여 1961년에 다음과 같은 헌장을 결의하였다.
“성경이 증거하는 바대로 주 예수께서 하나님과 구세주이심을 고백하며 따라서 성부 성자 성령 한 하나님의 영광으로 부르심을 받은 공동의 소명을 함께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교회들의 협력체이다.”
이 내용에 의하면 최소한 성경론, 예수의 신성, 예수의 구세주론, 삼위일체론을 믿는 교회들은 공동의 소명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따라서 사도신경과 WCC 헌장에 나오는 기독교 신앙의 본질적 내용으로서 교파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일치의 공통분모’라고 할 수 있는 본질적 교리에 근거하여 예장 통합 총회에서는 이단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이단: 파당을 이루어 기독교신앙의 기본교리요 일치의 공동분모인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 성령, 삼위일체, 성경, 교회, 구원에 대한 신앙 중 어느 하나라도 부인하거나 현저히 왜곡하여 가르치는 경우
·이단성: 개인적으로 위의 기독교신앙의 기본교리의 어느 하나라도 부인하거나 현저히 왜곡하여 가르치는 경우
1) 신론적 이단: 정통교회는 전능하사 천지를 지으신 아버지 하나님을 믿는다. 하나님의 새 이름을 주장하거나 교주를 어떤 형식으로든 하나님이라고 주장하면 이단이다.
2) 기독론적 이단: 정통교회는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시고 본디오 빌라도의 고난을 받으시고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하나님과 구세주로 믿는다. 예수의 참된 인성이나 참된 신성을 부정하거나, 교주를 재림예수나 메시야라고 주장하면 이단이다.
3) 성령론적 이단: 정통교회는 하나님의 영이요 그리스도의 영이요 성결의 영이신 성령을 믿는다. 성령은 영이므로 육신에 속하지 않는다. 보혜사 성령이 육신을 입고 왔다는 주장 역시 이단이다.
4) 교회론적 이단: 성경에는 모든 교회, 온 교회, 여러 교회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를 공교회(catholic=universal church)라고 한다. 콘스탄티노플신조(381)에는 “하나의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적인 교회를 믿는다”는 신앙고백이 포함되어 있다. 이 말은 사도신경(사도성)을 고백하는 이 땅에 흩어져 있는 모든 교회는 역사와 전통, 교리와 제도, 예전과 의식이 서로 다양하지만(보편성), 하나의 교회(일치성)이며, 거룩한 교회(거룩성)라는 것이다. 사도신경에 고백된 ‘거룩한 공교회(보편적 교회)와 성도의 교제’에 대한 신앙은 이러한 보편적 교회에 대한 신앙이다.
교주를 신격화하지 않을 지라도 정통적인 기성교회에는 구원이 없으며 자기들 교회만 구원이 있다는 배타적 교회론을 주장하면 이단이다. 이처럼 공교회의 보편적 교회론을 부정하는 것은 공교회를 통해 역사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므로 결국 삼위일체 하나님을 부정하는 이단이라 할 수 있다.
5) 성경론과 계시론적 이단: 정통교회는 성경을 하나님의 완결된 계시의 말씀이요, 신앙과 행위에 관한 유일무이한 법칙으로 고백한다. 따라서 성경외의 경전을 주장하거나 직통계시를 주장하거나 성경의 일부만 자의적으로 해석할 경우 이단이다. 특히 직접 계시를 주장하면 성경의 권위를 부정하는 것이 되고 계시받은 사람의 신앙적 우월감과 교만이 드러나게 되며, 직통계시의 내용이 허위로 드러나는 사례가 너무나 빈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경의 모든 예언은 사사로이 풀 것이 아니며”(벧후 1:20), “억지로 풀다가 스스로 멸망에 이르느니라”(벧후 3:16)고 하였다.
6) 삼위일체론적 이단: 삼위일체를 부정하거나 정통적으로 이단으로 규정된 양태론적 삼위일체론이나 종속론적 삼위일체를 주장하는 것도 삼위일체론적 이단에 속한다.
7) 구원론적 이단: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죄를 용서받고 부활과 영생에 참여하게 된다. 그런데 예수를 믿는 믿음 이외에 다른 조건을 갖추어 구원을 얻는다거나 이 땅에서 죽지 않고 영생한다고 주장하면 이단이다.
이단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하나님께서 최후 심판에 하실 것이지만, 우리가 이 세상에 사는 동안 각 교단에서 신앙의 혼란을 막고 교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교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판단 기준은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성경이라는 절대적인 규범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교단마다 그 교회의 형편과 처지에 따라 교회법을 제정하여 신앙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법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러나 아무런 상대적인 교회법과 질서가 없는 무법천지의 무정부적 혼란은 더 심각하였다는 사실이 교회사를 통해 증명된 것이다.
2. 예장연과 한기총의 이단 해지의 주체와 절차의 문제점
한국교회는 유독히 이단이 성행하고 새로운 이단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최근에는 기성교회에 대한 공격적인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그리하여 교단별로 그리고 한기총을 통해 100개 가까운 개인이나 집단이 이단 또는 사이비로 판정되었다. 그러나 이단을 해지하는 적법화 주체와 절차에 대한 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여러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첫째 사례는 <정통과 이단 종합연구서>이다. 예수교대한장로교연합회(대표회장 정영진, 상임회장 엄신형, 이하 예장연)이란 단체에서 2003년 6월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이대위, 위원장 조성훈 목사)를 구성하고 연구편찬위원 7명을 위촉해 1년간 연구한 후 2004년 6월에 출간하였다는 이 연구서는 “기존 교단으로부터 이단 판정을 받은 대상자들에게 신관, 구원관, 종말관 등 8가지 이단 판별 기준에 대한 답변을 받았으며 테이프 분석, 예배 참석, 면담, 소명기회 제공 등을 통해 지난 1년간 직접 조사한 연구결과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이 책에 따르면 김기동(성락교회), 이재록(만민중앙교회), 박윤식(평강제일교회), 류광수(다락방) 목사, 김계화(할렐루야기도원) 원장 등 5개 교회·기관은 ‘이단이 아니다’고 평가해 논란이 일었다. 또 이요한(대한예수교침례회) 이초석(예수중심교회)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안식교) 기쁜소식선교회(박옥수) 기독교복음침례회 등은 그 동안 한국 교회에서 이단으로 알려져 왔으나 성경적인 기준으로 판별해 본 결과 이단성이 없거나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예장연 이대위가 사실상 이들을 이단 규정에서 풀어주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 책은 그 대표성에도 문제가 있고 일부 교단과 참여 인사의 이름이 도용된 것도 밝혀져 그 파장이 커지자 한기총 총무 협의회(2004.7.13)는 예장연 이름으로 발행된 <정통과 이단 종합연구서>가 심각한 오류를 범했음을 밝히고, 이단사이비집단에 대해 총회에서 규정·결의한 교단은 그 결의에 대해 재천명하고, 한기총과 예장연에 중복 가입되어 있는 교단은 각 교단별로 예장연 탈퇴 등 회원권 정리를 하기로 하며, 교단 명칭이 예장연에 의해 도용된 경우는 강력히 항의하도록 결정하였다.
둘째 사례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당시 대표회장 이광선 목사)이다. 한기총이 2010년 12월 17일 오전 11시 제20-11차 임원회를 열어 “변승우 목사와 장재형 목사에 대해 이단혐의 없음”을 결정한 일이다. 한기총은 예장 백석총회에서 제명, 출교 당한 큰믿음교회 변승우 목사를 ‘이단 혐의 없음’이라고 결의했다. ‘재림주 의혹설’로 논란이 된 장재형 목사에 대해서도 ‘이단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한기총 이대위의 이단 해제 움직임이 드러나자 예장 통합(당시 총회장 김정서 목사)은 2010년 6월 한기총 대표회장 앞으로 “본 교단이 이단 내지 사이비로 규정한 개인이나 단체를 해제하려고 할 때 이는 본 교단과 반하는 결정이므로 교단과 상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계속해서 이단 해제를 결의하는 논의가 일자 이번에는 11월 8일자로 다시 공문을 보내 “교단의 결정을 존중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리고 11월 22일 예장 통합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 유한귀 목사, 예장 고신 유사기독교위원장 박대용 목사, 예장 합신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 최채운 목사와 한기총 이단사이비대책전문위원을 지낸 최병규 목사(예장 고신 유사기독교상담소장), 박형택 목사(예장 합신 이단상담소장) 등은 한기총을 방문해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인사들을 해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항의의 뜻을 전달했었다. 이러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한기총 임원회는 변승우 목사와 장재형 목사에 대해 “이단혐의 없음”을 결의한 것이다(임원회가 이 같이 통과시킨 안건은 12월 21일 열린 한기총 실행위원회에서 부결됐으며, 이 건으로 인해 한기총 이대위가 해체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편집자 주).
예장연이나 한기총의 일방적인 이단 해지는 몇 가지 심각한 문제를 지니고 있다.
첫째는 이단 해지의 주체의 문제이다. 예장연의 경우 그들이 이단 판정의 주체가 아닌 제3자이기 때문이다. 이단 해지가 효력과 정당성을 얻으려면 이단 판정 주체가 자신들의 판정을 철회하거나 해지하는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제3자의 해지는 이단 집단에 의해 이용당하거나 왜곡되어 그 공신력과 정당성을 확보하기 보다는 갈등을 부추길 우려가 더 크다는 것을 이번 사태가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기총의 경우도 이단 해지 주체의 문제가 제기된다. 물론 한기총이 이단으로 규정한 단체를 한기총 자체가 해지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한기총은 회원교단들의 협의회이므로 모든 회원교단들이 그 특정 이단을 해지할 경우 이를 최종적으로 이단 해지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수의 회원 교단이 이단 해지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기총 임원회가 이를 일방적으로 해지하는 것은 회원교단의 결정을 무시하는 처사이기 때문에 9개 교단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둘째로는 이단 해지에 필요한 연구서 제시의 문제이다. 이단으로 판정할 때에는 이단적인 주장의 구체적 증거가 제시되고 이단적인 주장이라는 구체적인 성서적 교리적 신학적 근거를 명시한 조사 또는 연구보고서를 작성한다. 따라서 이단 판정을 해지하려고 할 때에도 이단으로 규정된 모든 내용 각각에 대하여 해당 단체나 개인이 기존 주장을 수정하거나 철회한다는 공식적인 문서와 더불어 관련 자료에 대한 조사 연구 보고서가 작성되어야 한다.
예장연의 경우는 임의로 8개 항목의 조사를 통해 이단을 해지한 것이므로, 이단으로 판정된 구체적인 내용과 그에 대 한 명확한 해명과 그 해명을 뒷받침 할 객관적인 증거가 미흡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기총의 경우도 이단 해지의 연구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연구보고서를 작성하려면 최소한 회원교단들이 이단으로 규정한 모든 항목에 대해 이단 해지의 성서적 신학적 교리적 근거가 있는지 연구한 보고서가 채택되어야 하며, 그 내용에 대해 해당 이단을 규정한 해당교단의 동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셋째로 이단 해지의 절차의 문제이다. 각 교단의 이단 규정은 노회나 총회의 조사 요청에 따라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의 조사와 연구를 거처 보고서로 작성하고 이를 심의 결정한 후 총회 임원회의 결의를 거쳐 총회에서 제출하여 수 천 명이 모인 총회의 최종 의결로 확정 판결한다. 따라서 이를 해지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절차가 요구된다. 그러나 예장연의 경우 이단 판정 주체와 무관한 임의로 구성된 7명의 연구위원이 조사 연구한 내용이므로 그 공신력과 객관성이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한기총 임원회 결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넷째로 이단 규정과 해지를 위한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단을 규정하려면 각 교단마다 이단 규정의 표준지침과 운영지침을 마련하여 적법하고 일관성과 형평성이 있는 절차를 마련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단 해지에 관한 적법한 주체와 절차에 대한 규정이 먼저 마련되어야 하고 이런 규정과 절차에 따라 이단 해지가 이루어져야 한다.
참고로 예장 통합의 경우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 운영지침”(2007)을 통해 이단 해지 절차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 이단 사이비 재심 또는 철회의 기준 및 절차
1) 연구보고서가 공포되어 관련자의 공식적인 재심이나 철회 요청이 있을 경우 전체 회의의 논의를 거처 공식적으로만 재심 및 철회 조사 연구 여부를 결정한다.
2) 관련자의 비공식적인 반론이나 공개토론 제안 및 관련사항에 대한 언론기관의 취재 요청에 대해 개인적으로 일체 대응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3) 공식적인 재심이나 철회를 요구하려면 다음과 같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① 해당 기관의 대표나 해당 당사자의 명의의 재심 또는 철회 요청 공문서
② 본 교단 결정 사항에 각 항에 대한 변화된 입장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철회사유서
③ 상기 변화된 입장을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공식적 문서 자료
4) 이단사이비 옹호 언론기관의 경우 이를 철회하려면 다음과 같은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① 발행인의 공식적인 철회요청 공문
② 편집책임자의 해명서
③ 상기 해명서에는 ·과거에 이단옹호기사 게재 사실을 인정하고 ·철회 요청일을 기준하여 지난 3년간의 이단옹호 기사 개재 사실이 없음을 명시하고 ·향후 이단 옹호 기사 게재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명시하여야 한다.
5) 재심이나 철회 요청 접수 시 조사 및 연구 절차
① 이단사이비 철회의 요청의 경우 요청서의 첨부자료와 가타 자료를 연구하여 연구 분과에서 연구보고서를 작성하고 전체회의에서 철회여부를 결정한다.
② 이단사이비 옹호 언론의 철회의 경우 철회 요청일을 기준하여 지난 3년간의 이단옹호 기사 개재 사실이 여부를 조사하여 보고서를 작성하여 전체 회의에서 결정한다.
③ 재심이나 철회요청 접수 후 6개월 이내에 재심이나 철회보고서를 작성함을 원칙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