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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투데이 (2014.06.02) 글 옮김


열심히 연습을 하면 방언 받을 수 있다(?)/ 정성욱


기복주의, 율법주의, 방종주의와 더불어 한국교회를 어지럽히고 있는 다른 복음은 신비주의이다. 신비주의란 사도들이 증거했던 본래의 복음, 즉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과 그분의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보다, 초자연적이고 신비로운 현상에 주의를 집중하면서 신앙과 생활의 본질과 중심이 신비로운 현상의 나타남과 그로 인한 엑스터시(황홀한 기쁨과 쾌락)의 체험에 있다고 믿는 잘못된 신앙 양태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비주의는 일종의 종교적 쾌락주의라 정의내릴 수 있다.


극단적으로 종교적 쾌락을 좇는 신비주의자들은 대부분 삶에 있어 현실감각이 떨어지고, 현실에서 오는 도전과 고난, 고통, 고단함, 스트레스, 절망, 인간관계의 어려움 등에 대해 극단적으로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그 결과 대체로 현실세계를 무시하거나 도피하려는 부정적·비관적·염세적 세계관을 지니고 살아간다.


신비주의자들의 세상 부정적 영성은 건강한 상식과 합리적인 판단력, 풍성한 신앙적 감성과 일상생활의 지혜를 무시하도록 이끌기 때문에, 윤리적 방종과 무책임을 부채질할 수 있다. 또 타인과의 건강하고 인격적인 상호관계를 정립하고 유지하는 것을 힘들어하고, 공동체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살아가는 가치와 중요성을 바르게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극단적 개인주의 또는 고립주의에 빠져 우울하고 균형을 상실한 신앙생활을 초래할 수 있다.


물론 한 가지 오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신비주의를 다른 복음이라 정죄하고 신비주의를 몰아낼 것을 주장한다 해서, 기독교의 신비적 요소를 거부하거나 부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기독교 신앙이야말로 근본과 뿌리에 ‘신비’를 품고 있다. 삼위일체 하나님이야말로 가장 신비로운 분이시며, 그 하나님의 자기계시 없이 인간은 도저히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과 교제할 수 없다. 또 삼위일체 하나님이 영원 전부터 품고 계셨던 신적 비밀이 기독교 신앙의 토대라는 것을 성경은 반복적으로 증거한다. 여기서 하나님의 비밀이란 창세 전부터 하나님 안에 감추어져 있던 비밀의 경륜, 즉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죄인을 구속하시려는 복음의 경륜을 의미한다.


사도 바울은 이 사실에 대해서 명확하게 증거한다. “이 비밀은 만세와 만대로부터 감추어졌던 것인데 이제는 그의 성도들에게 나타났고 하나님이 그들로 하여금 이 비밀의 영광이 이방인 가운데 얼마나 풍성한지를 알게 하려 하심이라 이 비밀은 너희 안에 계신 그리스도시니 곧 영광의 소망이니라(골 1:26-27)”. 즉 하나님의 관점에서 신비란 바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복음과 그 복음을 통한 하나님 나라의 경륜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기독교는 그 근본에서 신비적이며, 하나님 나라의 복음은 그 신비의 중심에 있다. 따라서 복음의 신비를 계시사와 구속사의 전체적 맥락에서 바르게 이해하고 강조하는 것은 성경적으로 정당하며, 또 반드시 그래야 한다. 성경이 가르치는 신비가 무엇인지를 바르게 이해하고 그 이해와 일치하게 건강한 신앙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오늘날 위기에 처한 한국교회가 반드시 회복해야 할 아름다운 모습이다.


다시 말하면 성경이 강조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이자 복음의 신비이지, 어떤 체험의 신비나 어떤 현상의 신비가 아니라는 것이다. 도리어 성경은 신비로운 체험에 집중하거나, 그것을 자랑하거나, 과장하는 것을 견제한다. 그래서 삼층천(天)을 체험했던 사도 바울도 그것에 대해 자랑하는 것을 극도로 절제했고, 하나님께서는 그에게 사단의 가시를 주면서까지 그것을 과도하게 자랑하고 강조하지 못하도록 하셨다. 성경은 기독교의 ‘신비적’ 성격에 대해 가르치며, 하나님의 신비로운 모습에 대해 적절하게 강조하지만, 신비적 현상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강조에 대해서는 일정한 선을 긋고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 내에서 신비주의적 신앙 양태를 부채질하고 있는 주된 세력은 소위 성령운동을 강조하는 극단적 오순절주의자들이나 은사주의자들이다. 이외에도 소위 신사도운동을 주도하는 자들 역시 신비주의적 신앙 양태를 부추기면서, 온건하고 균형잡힌 오순절주의자들과 은사주의자들에게도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통칭해서 이런 극단주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현상은 성령 하나님에 대한 심각한 오해와 그 오해에 기초한 잘못된 신앙 양태들이다.


예를 들어 이런 극단주의자들은 성령이 하나님이시라는 아주 기본적인 진리에 대해서도 무지와 무시로 일관한다. 성령은 하나님이시기에 우리의 경배와 예배와 찬양을 받으시기에 합당하신 분이시다. 그리고 성령은 하나님으로서 절대 주권을 가지시고 우리를 다스리고 통치하실 권한을 가진 분이시다. 그러나 성령이 하나님이시라는 진리에 대해 무지하고 그 진리를 무시하는 극단주의자들은, 성령을 온 우주와 만물의 창조주요 통치자로서 예배하고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높이기 위해 성령을 이용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성령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경배해야 할 자들이, 마치 성령을 자기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하고 또 그렇게 방자하게 행한다. 하나님이신 성령 앞에서 피조물인 인간, 그리고 그 분의 은혜로 구속받은 죄인이 가져야 할 정당한 자세, 즉 겸손과 존경의 자세를 극단주의자들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극단주의자들은 성령이 인격적인 분이시라는 진리에 대해 무지하거나 이를 무시해 버린다. 성령은 인격자이시기에 지성, 감성, 의지, 관계성, 도덕성을 가진 분이시다. 무한히 깊고 넓은 지성을 가지신 성령은 우리에게 진리를 가르치시고 우리를 진리 가운데 인도하시는 분이시다. 무한히 풍성하고 아름다운 감성을 가지신 성령은 기쁨과 슬픔을 경험하실 뿐 아니라, 우리의 감성을 풍요롭게 하시는 분이시다. 인격자로서 의지를 가지신 성령은 스스로의 계획과 결단에 따라 행동하시는 분이시다. 삼위일체 하나님의 1위격인 성부와 2위격인 성자와 더불어, 영원한 상호내주의 관계 속에 계신 성령은 다른 인격적 존재, 즉 인격적 피조물인 우리들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으시는 분이시다. 도덕성을 가지신 성령은 선과 악, 그리고 의와 죄에 대한 완전한 판단 능력을 가지고 계시며, 선과 의를 사랑하시고, 악과 죄를 미워하시는 거룩한 분이시다. 그래서 그분의 이름 앞에 ‘거룩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극단적인 신비주의자들은 성령의 인격성을 무시하고, 성령을 단순히 비인격적인 능력이나 힘이나 기(氣), 에너지나 영향력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언제든지 자신들의 뜻에 따라 이 비인격적인 능력과 힘과 에너지인 성령을 자기 멋대로 부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자신들이 언제 어디서든 성령을 불러 내리면 성령이 자신들의 말에 순종하여 그곳에 임한다고 믿으며, 성령을 조종해 자신들의 이기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믿고 또 그렇게 방자하게 행한다. 한 마디로 말해 성령을 자신의 종들 부리듯 부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문제는 이런 극단적인 신비주의자들이 성령집회나 은사집회 또는 신유집회라는 이름으로 아직 영적으로 미숙한 성도들을 심각하게 오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집회에서는 이빨이 금니로 바뀌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신비한(어쩌면 매우 조야한) 현상들을 정신없이 좇게 만들고 있다. 어떤 집회에서는 신유를 강조하면서 실제 의학적인 판단으로는 치유되지 않았는데도 치유되었다는 거짓 증언을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어떤 집회에서는 무분별하게 예언의 은사를 강조하면서, 예언 은사 학교를 만들어 예언의 은사를 훈련하는 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마치 무속인들이 점집을 차려놓고 미래 일을 예언하고 재물을 탈취하는 현상과 비슷하게 소위 “예수 무당, 예수 점쟁이”들이 나타나 신비주의적 현상에 매료된 성도들을 심각하게 오도하는 점이다.


또 어떤 집회에서는 방언을 연습시키는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 방언의 은사가 성령께서 당신의 주권적인 뜻을 따라 당신이 선택한 사람들에게 주시는 것이 분명하다면, 연습을 통해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은사라는 말 자체가 연습이라는 말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말임에도,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방언의 은사를 받기 위해 연습을 하는 해괴한 일들이 대낮에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이런 자들이 한국교회 내에서 큰 세력을 형성하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지 이미 꽤 오래 됐다는 사실은 한국교회가 처한 위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한국교회의 지도자들과 성도들은 공히 신비주의적 신앙 양태에 쉽게 빠져드는 것일까? 여러 가지로  원인을 분석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한국인에게 뿌리박힌 무속적 종교성이 대표적 원인 중 하나임은 분명해 보인다. 무속종교 자체가 어떤 신적 존재(성경적으로 볼 때에는 귀신)를 불러 내리는 강신술과, 이 신적 존재가 행한다고 생각하는 신비로운 일들을 강조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무속주의적 사고와 행태가 한국교회 안에 몰래 들어와 뿌리 내리면서 한국 기독교를 뿌리에서부터 부패시켜, 기독교의 정체성 자체를 혼란스럽게 하고, 한국의 기독교를 혼합적이고 이교적인 종교로 변질시켜가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새롭게 갱신되고 개혁되기 위해서는 한국교회 안에 들어와 있는 무속주의적, 이교주의적, 신비주의적 요소를 정확하게 분별해 내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에 뿌리 박힌 건강한 영적 분별력을 기르는 일에 있어서 성숙을 이루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정확한 영적 분별력에 기초해서 잘못된 생각들과 관행들을 교회 내에서 몰아내는 구체적인 과업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 일에는 신학자와 목회자의 구별이 있을 수 없고, 지도자와 피지도자의 구별이 무의미하다.


한국교회를 사랑하고, 한국교회의 미래를 염려하는 모든 진실된 그리스도인들은 이제 더 이상 개인적인 신앙생활에 머물러 있지 말고, 한국교회 내에 몰래 들어와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신비주의적·무속주의적 신앙 양태를 과감하게 몰아내야 한다. 이런 거룩한 운동이 이 점진적으로, 그리고 참되게 열매를 맺어갈 때에야 비로소 한국교회는 새롭게 갱신되고 회복되는 복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정성욱 교수(덴버신학대학원 조직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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