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순간 생각할 것에 대하여
하늘의 복을 받은 거룩한 성이여! 밤이 찾아오지 않고, 최고의 진리가 영원히 빛을 발하는 영원한 날이여! 영원히 즐겁고, 영원히 안전하고 그리고 결코 뒤바뀌는 법이 없는 날이여! 우리에게 빛을 비추고 이 세상 모든 것이 종말을 맞이하는 날이여!
그 날, 성도들에게는 영원히 빛을 발하는 광채가 비치겠지만 그 빛이 지상 나그네들에게는 아주 멀리서 거울에 반짝이는 빛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늘나라에 사는 이들은 그날이 얼마나 기쁜지 알고 있지만, 쫓겨난 하와의 후손들은 이 세상의 괴로움과 피곤함을 슬퍼할 뿐입니다.
이 세상에서 사는 날은 얼마 되지 않고, 악하고 슬픔과 고통이 가득할 뿐입니다. 이곳에서는 온갖 죄악에 물들고, 온갖 정욕에 사로잡히고, 온갖 두려움에 붙들립니다. 온갖 염려에 시달리고, 온갖 호기심에 정신이 흐트러지고, 온갖 허영에 휘말립니다. 온갖 오류에 휩싸이고, 온갖 노역에 지치고, 시험에 시달립니다. 쾌락 때문에 기운을 잃고, 가난 때문에 고통을 겪습니다.
주여, 이 모든 불행의 끝은 언제입니까? 주님만을 의지하게 될 날은 언제입니까?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몸과 마음이 아무 거리낌 없이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날은 언제입니까? 안전하고 방해받지 않는 평화, 내적인 평화와 외적인 평화, 어느 곳도 막힌 곳이 없는 견고한 평화를 누리게 될 날은 언제입니까?
예수님, 내가 주님 앞에 서는 날은 언제입니까? 주님의 영광스러운 날을 묵상하게 될 날은 언제입니까? 주님이 내게 전부가 되실 날은 언제입니까? 주님의 사랑하는 이들을 위하여 영원 전부터 예비하신 나라에서 주님과 함께 지내게 될 날은 언제입니까?
나는 전쟁이 하루도 그치지 않고 엄청난 불행이 반복 되는 원수의 땅에 남겨진 볼품없고 쫓겨난 존재입니다. 주여, 나의 쫓겨난 것을 위로하시고 슬픔을 닦아주소서.
나의 온전한 바람은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이 세상이 어떤 위로를 안길지라도 내게는 짐이 될 뿐입니다. 주님을 마음 깊숙이 간직하는 기쁨을 누리고 싶지만 내 능력으로는 부족합니다. 하늘의 것에 집중하고 싶지만 세상의 것과 다스릴 수 없는 욕심이 나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마음으로는 모든 것을 극복하고 싶지만 육신 때문에 나의 뜻을 꺾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여, 나는 불행합니다. 자신과 싸움을 벌이고, 자신 때문에 고통을 겪으면서도, 내 영혼은 위에 있고 싶어 하고, 육신은 아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롬 7:24).
하나님, 나를 멀리하지 마소서. 나를 모른 체하지 마소서. “번개를 번쩍이어 원수들을 흩으시며 주의 화살을 쏘아 그들을 무찌르소서” (시 144:6). 원수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물리치소서. 나의 생각을 주님께 집중하게 하셔서 세상의 모든 것을 잊게 하소서. 죄에 유혹되는 온갖 생각을 순식간에 쫓아내고 꾸짖게 하소서. 어떤 허영에도 흔들리지 않게 영원한 진리이신 주님이 도우소서. 하늘나라의 즐거움을 누리게 하시고 온갖 부정한 것들이 주님의 얼굴 앞에서 자취를 감추게 하소서.
나를 용서하시고 기도할 때마다 주님만을 생각하도록 자비하심으로 부드럽게 다루어주소서. 내가 평소에 너무 산만함을 진심으로 고백합니다. 그동안 나는 내 몸이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곳이 아니라 생각이 이끄는 곳에 머물 때가 잦았습니다. 생각이 있 는 곳에 애정을 쏟았습니다. 당연히 즐거움을 주거나 습관적으로 마음에 끌리는 것을 쉽게 따라갔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네 보물 있는 그곳에는 네 마음도 있느니라”(마 6:21).
하늘나라를 사랑하면 기꺼이 하늘나라의 것을 생각합니다. 세상을 사랑하면 세상이 주는 행복을 즐거워하고 세상이 주는 불행을 슬퍼합니다. 육신을 사랑하면 육신에 속한 것을 끊임없이 상상합니다. 성령을 사랑하면 영적인 것을 즐거워 생각합니다. 내가 무엇을 사랑하든지 간에 그것에 대하여 기꺼이 말하고 듣고 줄곧 함께하게 됩니다.
그러나 주님을 위하여 모든 피조물을 멀리하고, 본성을 억누르고, 성령의 열정으로 육신의 정욕을 십자가에 못 박는 사람은 복이 있습니다. 그는 투명한 양심으로 주님께 순수하게 기도하고,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세상에 속한 모든 것을 포기하고 기꺼이 하늘나라의 합창 대열에 동참할 수 있습니다.
Thomas a Kempis, De Imitatione Christi, Part 4.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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