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선함이 없음에 대하여
주여, “사람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생각하시며 인자가 무엇이기에 주께서 그를 돌보시나이까?”(시 8:4). 주여, 우리가 어떤 은총이라도 받을 자격이 있습니까? 주님이 나를 완전히 잊으신다고 제가 불평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원하는 것을 주시지 않는다고 심통을 부릴 수 있겠습니까?
주여, 나는 아무 것도 아니며,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뛰어난 것도 전혀 없고, 모든 것에 너무나 부족하며, 사소한 것에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주님의 도우심이 없으면 제게는 희망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주여, 주님은 언제나 한결같습니다. 주님은 언제나 선하고 정의롭고 거룩하며 모든 것을 지혜롭게 바로잡습니다.
반면, 나는 앞으로 나아감보다 뒤로 물러섬에 더 익숙하기에 한자리에 늘 오래 머물지 못하고 일곱 번이나 다른 때를 지나치기도 합니다. “또 그 마음은 변하여 사람의 마음 같지 아니하고 짐승의 마음을 받아 일곱 때를 지내리라”(단 4:16).
그렇지만 주님이 기뻐함으로 도움의 손길을 뻗으시면 이내 좋아질 수 있습니다. 주님은 다른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도 홀로 나를 도우실 수 있습니다. 나의 얼굴에 더 이상 슬픔이 깃들지 않게 커다란 능력을 허락하실 수 있습니다. 나의 마음이 오직 주님을 향하여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인도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믿음생활을 위해서나 주님을 따르는 데 필요한 힘을 얻으려고 주님의 은총을 기대하고 새로운 위로의 선물을 즐거워할 수 있습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 인간에게 위로를 구하지 않고, 모든 인간적인 위로를 포기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말입니다. 모든 일이 잘되도록 인도해주시니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주님 앞에서 나는 헛되며, 아무 것도 아니며, 불안하고 나약한 존재입니다. 그런즉 내가 무엇을 자랑할 수 있겠습니까? 또 무엇을 근거로 존경받고 싶겠습니까? 존경받으려 함은 쓸데없는 짓 아닙니까? 이것은 헛된 일입니다.
허영은 정말 나쁜 병이며, 어떤 것 보다 헛된 것입니다. 진정한 영광을 무색하게 만들고 하늘의 영광을 앗아갑니다. 사람이 자신을 즐겁게 하면 주님이 불편해 하시고, 인간의 칭찬을 갈구하면 진정한 덕을 쌓을 수 없습니다.
진정한 영광과 거룩한 자랑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모든 것을 주님께 돌리고, 자신의 공덕이 아니라 주님의 이름을 즐거워하는 것입니다. 주님을 위한 것이 아니면 어떤 피조물에게서도 즐거움을 취하지 않는 것입니다. 나의 이름이 아니라 주님의 이름이 찬양받음이 마땅합니다. 찬양은 나의 업적이 아니라 주님의 업적이 받음이 마땅합니다.
주님의 거룩한 이름만이 찬양받으소서. 어떤 찬양도 내게는 돌아오지 않게 하소서. 주님은 나의 영광이시고 나의 마음의 즐거움이십니다. 나는 언제나 주님 안에서 영광을 누리고 즐거워하지만 나 자신에 대해서는 나약함 이외에는 자랑할 것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서로의 영광을 구하지만 나는 오직 하나님에게서 오는 영광만을 간구합니다. “너희가 서로 영광을 취하고 유일하신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영광은 구하지 아니하니 어찌 나를 믿을 수 있느냐’(요 5:44).
주님의 영원한 영광에 비하면 인간의 모든 영광과 모든 일시적인 명예와 모든 세상적인 갈채는 진정으로 덧없고 어리석을 뿐입니다. 나의 진리이며 찬양받으실 하나님, 자비하신 삼위일체 하나님이여, 오직 주님만이 찬양과 명예와 권세와 영광을 세세토록 세상 끝 날까지 받으소서!
Thomas a Kempis, De Imitatione Christi, Part 4.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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