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박사들의 네비게이션

 

예수님께서 탄생하시던 날 밤 전혀 예상치 못한 방문객들이 베들레헴을 찾아왔다. 아주 먼 곳에서 온 동방박사들이었다. 그들은 페르시아인들이었다. 1천 2백마일이나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왔다. 아기 예수님께 경배하러 왔던 것이다.

 

 

동방박사들의 방문은 신기하고 상상하기 어려운 사건이었다. 이방인으로서 이제 막 탄생한 아기 예수님께 경배하려고 찾아온 것이 신기하다. 더욱이 비행기가 아닌 낙타를 타고 험난한 사막과 산길을 6개월 이상 걸려서 왔다. 그 어려움이 오죽했겠는가?

 

 

도대체 그들은 어떻게 예수님의 탄생을 알고 왔을까?  더군다 그 이방인들에게 어떻게 그런 신실한 신앙심이 생겨났을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인류 역사상 최초로 예수님께 경배한 이방인 신자들이 되게 만들었을까?

 

 

여기에는 심오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 예수님 탄생 당시 세계는 두개의 강대국인 로마제국과 페르시아제국이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로마제국은 알렉산더 대왕이 확장했던 희랍제국을 정복하였고, 페르시아제국은 바벨론제국을 무너뜨렸다. 주전 60년경에 더욱 막강해진 로마제국은 페르시아제국이 장악하고 있던 고대 근동(Ancient Near East) 지역마저 빼앗아 영토를 넓혔기 때문에 예수님 탄생 때의 유대는 로마제국의 지배하에 있었던 것이다.

 

 

구약성경의 역사는 하나님 말씀을 불순종하여 우상숭배에 빠졌던 유대가 많은 고초를 겪은 것을 보여준다. 주전 605년부터 유대는 바벨론의 침략을 받기 시작하다가 주전 586년에 완전히 정복되었다. 수많은 유대 백성들과 엘리트들이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갔다. 다니엘은 그 중의 하나였다. 그는 비록 포로의 몸이었지만 하나님에 대한 신앙을 변함없이 지킨 총명한 청년이었다.

 

 

다니엘은 왕궁의 시종으로 뽑혀 일하다가 왕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아 마침내 바벨론제국의 총리의 자리까지 올랐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같으면 학술원 원장 같은 지위도 가졌다. 성경은 이 사실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왕이 다니엘을 높여 귀한 선물을 많이 주며 바벨론 온 도를 다스리게 하며 또 바벨론 박사들의 어른으로 삼았더라”(단 2:48).

 

 

주전 539년 바벨론제국이 페르시아제국에 패망한 뒤에도 다니엘은 계속 높은 지도적 위치를 유지했는데 그 기간이 양국을 합하여 전체66년이나 되었다. 바벨론제국과 페르시아제국을 거쳐 오는 동안 다니엘의 정치적 영향력이 대단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하나님에 대한 그의 굳건한 신앙이 이방나라 왕궁과 박사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파급효과를 낳았던 것이다.

 

 

다니엘은 총리대신이자 박사들의 어른이었다. 그의 위치를 볼 때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한 다니엘의 영향 하에 구약성경에 대한 연구와 학습이 이루어졌고 그 전통이 후학들에게 이어져 갔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바벨론과 그 뒤를 이은 페르시아 왕궁의 학자들이 구약성경 연구를 통해 오실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성경적 지식과 큰 기대를 갖게 되었던 것이다. 구약 성경 속에 수많은 메시아 예언이 있지만 우리는 여기서, 대표적인 세 구절만 살펴보자.

 

 

창세기 3장 15절은 오실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최초의 예언(Proto Evangelion)이다. 아담과 하와가 뱀의 꼬임을 받아 선악과를 따 먹고 타락했을 때 하나님은 뱀을 저주하시며 “여자의 후손이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라”고 선언하셨다. 여기 “여자의 후손”은 복수가 아닌 단수로서 장차 오실 메시아 예수님을 지칭하며, 그분께서 오셔서 뱀(사탄)의 세력을 깨뜨리시고 정복하실 것을 최초로 예언하신 것이다.

 

 

민수기 24장 17절도 이렇게 예언한다. “한 별이 야곱에게서 나오며 한 홀(왕권)이 이스라엘에게서 일어나서 모압을 파하고 에돔과 아말렉을 파하리로다.” 동방박사들은 페르시아제국 왕의 자문관들이었고 또한 천문학자들이었다. 그러므로 그들은 하늘의 별을 연구하고 관찰하다가 성경에 예언된 메시아의 별이 나타난 것을 발견하고 크게 놀라 환성을 질렀다. 그래서 급히 짐을 꾸려 낙타를 타고 그 별이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 나섰던 것이다. “동방박사 세 사람 귀한 예물 가지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별 따라 왔도다”(찬송 116장).

 

 

역대하 6장 16절은 하나님께서 다윗 왕에게 예언하신 구절로서, 다윗의 왕손에게서 메시야가 “유대인의 왕”으로 오실 것을 약속하신 것이었다. 이 예언의 말씀을 연구하고 공부한 동방박사들은 예루살렘에 도착하여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뇨, 우리가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경배하러 왔노라”(마 2:2)고 했던 것이다.

 

 

영어성경은 동방박사를 메자이(Magi) 또는 현자들(Wise Men)로 번역한다. 모두 “지혜로운 자들”이란 뜻이다. 영어 격언에 “현자는 아직도 그분을 찾는다”(Wise man is still seeking Him)는 말이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동방박사들처럼 지혜로운 현자들은 구주 예수님을 여전히 찾는다. 메리 크리스마스!

 

 

황현조 목사(IRUS 교수, 커네티컷비전교회 담임목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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