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아르선언문 배경 설명
뱅쿠버 회의(1983) 이후 적극적으로 추진된 6년 간의 종교 간의 대회를 거쳐서 세계교회협의회(WCC) 산하의 대화 담당 소위원회는 스위스 취리히 근방에 있는 작은 마을 바아르(Baar)에서 1990년 2월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WCC 종교 간의 대화 담당자인 스리랑카 출신인 감리교 신학자 웨슬리 아리아라자는 WCC 대화국 기관지인 Current Dialogue 18(June 1990)에 [바아르선언문에 대한] 짧은 소개의 글 “다원주의에 대한 신학적 입장" (Theological perspectives onPlurality)과 함께 바아르 선언문을 공포하였다. 바아르선언문은 1963-1965년에 열렸던 바티칸 제2공의회에서 발표한 ”비기독교 종교들에 대한 교회의 태도에 대한 선언”(Decleratio de Ecclesiae habitudine ad religiones Don-christianas)과 맞먹는 중요한 선언문이다. 이 선인문의 발표로 타종교인들에 대한 로마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신학적인 입장이 거의 일치하는데 이르렀다.
다원주의에 대한 신학적 입장
(바아르, 스위스)
웨슬리 아리아라자
“하나님께서는 힌두교도인 내 이웃의 기도를 듣고 계신가?” 이 간명한 질문에도 기독교인들은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대체로 기독교인들은 타종교인들과 관련된 신학적인 물음들을 무시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망설임의 이면에는 심원한 신학적 쟁점들이 적지 않게 얽혀있다. 하나님의 자기계시는 자연 그리고 인간의 역사와 경험 가운데서 이루어지는가? 혹은 어느 선택된 특정한 역사 속에 주역(主役)으로 등장하는 선민 (選民)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가?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듣기 전에, 하나님이 누구신지를 적실(的實)하게 이해하는 것이 과연 중요한가?
보다 근본적인 물음은 기독교 신앙 자체에 내재하고 있다. 예수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 속에 드러난 하나님의 구원사역은 역사 일반 속에 임재하여 활동하시는 하나님과 어떤 관계를 갖는가? “땅과 그 풍성함은 주(主)의 것이니…”라는 언명과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무도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는 요한의 기록은 어떻게 상호 조화될 수 있는가?
현대의 에큐메니칼 운동이 시작된 이래로 이러한 질문들은 교회와 선교활동의 관심을 끌어오고 있으며, 대화를 훈련하고 그 가치와 의의를 숙고하는 가운데 이들은 새로운 긴박감(緊迫感)을 떤 문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타종교인들과의 관계는 신학적인 근거 위에서 정립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기독교인의 사고에 영향을 주는 종교신학의 태반은 선교의 열정이 절정에 달했을 때 구체화된 것이었다. 타종교를 탐구하는 태도는 선교적, 명령에 봉사하고, 타종교의 희생에 근거한 교회의 확장을 정당화하는 명분을 줄 뿐이었다. 요컨대 이웃을 만나는 창조적인 경험에 근거한 종교신학이 아니라 유아론(唯我論)적인 지상명제에서 연역해낸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선교적 열정에 기울어진 종교신학을 뒷받침한 또 다른 변수는 성서를 자의(意)에 의해서 선택해 읽는 버릇이었다. 물론 초창기의 주요한 선교 총회(1910년의 에딘버러 총회, 1928년의 예루살렘 총회, 그리고 1938년의 탐바람 총회 등) 때마다 타종교의 의의를 부인하는 중론에 도전하는 항의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주로 선교지향적인 종교신학은 강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나이로비(1975)와 뱅쿠버(1983)에서 있었던 WCC 총회에서는 특히 대화의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었는데, 이는 주로 타종교의 신학적 의의에 관한 대화 중에서 밝혀진 묵시적인 가정(假定) 때문이었다. 예컨대 뱅쿠버 총회에서는 타종교인들의 삶 속에 하나님의 임재와 활동을 부인하는 태도가 지배적이었던 것이다.
WCC 산하의 대화 담당 소위원회는 4년간에 걸쳐서 내 이웃의 신앙과 나의 신앙 종교 간의 대화를 통한 신학적 발견들(My Neighbour's Faith and Mine-Theological Discoveries through Interfaith Dialogue)이라는 주제의 연구 프로그램을 수행한바 있다.
이 연구의 핵(核)을 이루는 부분은, 희랍 정교회, 개신교, 그리고 로마가톨릭교회의 대표자들이 회동하여 공동으로 사안을 숙고한 활동이었다. 일주일 동안 종교다원주의의 의의, 기독론, 그리고 이 세계 내에서 활동하시는 성령의 이해와 연관된 질문들 등이 집중적으로 토의되었다.
아래에 첨부한 선언문은 1990년 1월 스위스의 바아르(Baar)에서 이 위원회가 공동으로 작성한 것이다. 이 선언문을 통하여 상기한 중요 사안들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기를 희망해마지 않는다.
Wesley Ariaraja, "Theological perspectives onPlurality", Current Dialogue 18 (June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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