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의 민중신학 비판
베리타스 기사
국내 대표적인 복음주의 신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영한 교수(숭실대 기독교학과, 전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가 민중신학을 비판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24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한국교회법연구원 제 5기 아카데미에서 ‘한국민중신학의 문제점 ; 민중신학 비판 그리고 공헌’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며, 민중신학이 신론, 그리스도론, 교회론, 성령론 등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민중신학이 “사회적으로 무관심한 한국의 보수신학에 자극제의 역할을 했다”며 한국의 신학에서 민중신학이 갖는 의의를 평가했다.
“하나님, 예수, 성령, 교회를 왜곡하는 민중신학”
김영한 교수는 민중신학이 하나님, 예수, 성령, 교회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하나님 개념의 변형’이라는 장(章)에서 김 교수는 민중신학의 창시자 서남동이 ‘하느님은 항상 가난한 자와 눌린 자의 하나님’, ‘역사의 진행 자체가 하느님’이라고 서술한 것 등을 근거로 “서남동은 민중의 소리가 곧 하나님의 음성이라는 ‘범신론적 입장’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또 민중신학은 “세계와 역사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사역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선교신학(missio dei theology)에 정향되는데, ‘하나님의 선교신학’이란 ‘하나님이 이스라엘의 역사와 교회 안에서뿐만 아니라 전 인류의 역사 속에서 일하신다는 신학”이라고 설명하고, “그리하여 민중신학은 ‘하나님의 말씀의 신학’(theology of the Word of God)과 결별한다”고 밝혔다.
‘예수’ 개념도 변형된다고 주장했다. “민중을 통해서 예수를 만나는 것이 아니며, 민중의 고난 속에서 예수의 고난을 경험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민중신학은 예수와 민중을 동일시 해버림으로써 예수의 십자가를 민중의 고난 속에 해소시켜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중의 고난’과 ‘예수의 고난’은 엄연히 다르다며 “민중의 고난은 억울한 고난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스스로의 무지와 불법에 의하여 자초된 고난인 데 비해, 예수의 고난은 하나님의 아들이 인류의 대속을 위하여 스스로 선택한 대속의 고난”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남동이 ‘예수가 민중이요 민중이 곧 메시아’라고 주장한 점은 ‘신인동일사상’이라고 비판했다.
‘성령’과 관련해서는 민중신학이 성령을 ‘민중의 정신’, ‘민중의 기운’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남동은 성령의 시대가 민중해방의 시대라고 보았다. 또한 이것은 ‘기독교 이후시대(post-christian era)’이며, 기독교 이후시대란 민중의 시대로 해석했다”며 “그리하여 성령은 ‘민중의 정신’, ‘민중의 기운’으로 해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민중신학의 옹호자 중 한 명인 정현경 교수가 “성령과 귀신을 혼동하고 있다”며 “정현경은 1991년 WCC 7차 총회에서 한(恨)을 안고 죽어간 영혼들의 이름이 적힌 창호지에 불을 붙여 재로 날리면서 ‘…(중략)…광주, 천안문, 리투아니아에서 탱크에 떠밀려 죽은 자들의 영혼이여 오소서’라고 기도했다. 무당 살풀이를 통해 성령을 불러내는 모독을 범한 것”이라고 거센 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또 민중신학이 교회를 ‘민중해방 역사가 일어나고 있는 곳’으로 본다며 교회론을 지적했다. 이른바 ‘민중교회’에는 “하나님 앞에 (민중 자신이) 죄인이라는 의식과 그리스도의 피로 구속함을 받고 부활의 소망 가운데 사는 중생한 신자의 경험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 “(자신들이) 선택된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기독교적 정체성도 없다”고 덧붙였다.
“민중신학은 기독교 복음을 변형, 왜곡”
이 밖에도 김 교수는 민중신학이 ▲‘사회정치적 구조의 모순이 바로 죄’라고 봄으로써 죄인, 즉 사회정치적으로 착취를 당하는 계층에 대한 정죄가 없다. 오히려 죄인은 당당하며 회개할 필요조차 없다고 본다 ▲구속사와 일반사를 혼동하고 있다 ▲성경의 묵시록적 종말론을 정치적 내재적 사회경제사적 종말론으로 왜곡했다 ▲정의, 평화, 구원, 연합과 일치 개념이 세속화돼있다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기독교 복음을 변형, 왜곡시켰다는 주장이다.
민중신학의 공헌
김 교수는 민중신학의 공헌으로 ▲외세의 억압과 정권의 억압으로 축적되어 온 민중의 한을 주제화하고 해방을 위한 민중운동의 원동력으로 역동화시켰다 ▲한국의 보수신학이 사회적으로 무관심하고 영혼구원 일변도인 입장을 반성하고 기독교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데 자극제의 역할을 했다 ▲한국신학의 하나의 흐름을 해외에 알리는 데 공헌했다 등을 언급하며 논문을 마무리했다.
김영한의 글은 베리타스에 연재되어 있다.